사흘간 후속 근거 없이 막말만 쏟아내
통일포기 정당성 강조 자작극에 무게
反정권 세력 소행 사능성도 배제못해
軍 "북한 주장, 사실 여부 확인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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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온 나라가 통째로 분노의 활화산으로 화했다'는 제목의 기사와 '한국군부는 중대주권침해도발의 주범 또는 공범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는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함께 실었다.
북한은 외무성이 지난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대성명'을 냈고, 12일 밤엔 김 부부장의 담화가 나왔다.
이날엔 노동신문에 "너절한 몸뚱이를 죽탕쳐서 폐갱 속에 처넣겠다" "망나니들은 씨종자도 남김없이 쓸어버려야 한다" "하루빨리 적들의 아성을 불바다로 만들고 싶다" 등의 호전적인 발언도 여과 없이 썼다.
북한은 사흘 연속 무인기에 대한 명백한 후속 근거를 내놓지 않고 막말만 쏟아냈다. 이에 평양 상공에 날았던 무인기는 '내부 소행' 또는 '북한의 자작극'이란 분석이다.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낸 우리 군이 선제적으로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는 정전협정 위반 행위를 수행하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11일 "북한 내부에서 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무인기 자작극을 통해 한국을 악마화해 최근 북한이 헌법 개정까지 추진하는 '통일 포기'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외무성이 담화를 발신하고, 무인기 침투를 일반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연일 게재한다는 점에서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 차원'의 외교 문제로 접근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엄중한 군사적 공격행위' '정치군사적 도발로 간주' 등 군사적 차원의 발언을 냈지만, 외무성이 나선 것은 일단 확전을 우려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북한의 자작극일 경우 의도적으로 적대적 두 국가 차원의 물리적 차단·단절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일종의 긴장 조성, 책임전가, 명분 쌓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희박하지만 혹시 북한의 자작극이거나 긴장고조를 위한 의도 또는 대북전단 저지를 위한 명분용이면 더욱 큰 문제"라며 "북한 군부의 무인기 발견 혹은 추락 시 잔해 확인 여부도 불투명하다. 북한 외무성 명의는 두 국가에 따른 조치로 해석되나 북한 군부의 명의가 아닌 것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무인기 기체를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체 공개 시 외부의 추가 분석에서 북한 주장의 허점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북한이 이런 주장을 토대로 도발을 정당화할 수 있고, 실제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라며 "2년 전처럼 무인기를 또 남쪽으로 침투시키기 위한 명분을 쌓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의 소행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무인기가 살포했다고 공개한 '삐라'는 기존에 한국의 민간 단체들이 보내던 전단과는 내용이나 양식이 다른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의 가혹한 주민 통제를 고려할 때 개연성이 희박하기는 하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전단을 제작하는 내부 세력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