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무임승차 제도 개선 관련 개정안 잇따라 발의
전문가 "폐지하면 더 큰 갈등…큰 시각서 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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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모씨(76)는 이른 새벽 지하철을 타고 일터로 향한다. 그는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해 "말들이 많다는 건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아예 폐지하는 것은 안 된다. 그럼 다른 복지를 더 추가적으로 더 해주는 것도 아니지 않나. 왜 이렇게 세상이 노인들에게 각박한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이모씨(35)는 "100세 시대라는데 만 65세는 사실 너무 낮다. 연령대를 70세 이상으로 올리던가 더 소득이 없는 분들을 대상으로 차등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듯하다. 이용 시간대를 조절하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00만 시대에 돌입하면서 노년층에 대한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번번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만년적자'에 시달리는 지하철 요금의 추가 인상도 빈번해지자 국회에서는 관련법을 개정해 무임승차 제도를 개편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반면 무조건 폐지만이 능사는 아니라며 노인복지를 위한 근본적 해결책 없이 제도를 폐지할 경우 자칫 세대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4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각 시도의 철도사업자 적자는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루 승객 인원이 800만명에 달하는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누적적자가 17조원 수준으로 매년 약 5000억원 수준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부산교통공사 약 3000억 원 △대구 약 2000억원 △인천 약 1000억원 등 지방 교통공사 모두 매년 수천억원대 손실을 보고 있다.
철도사업은 '공공재'라는 인식이 강해 국가가 요금을 강하게 통제하는 등 기본적으로 적자 구조를 지니고 있다. 다만 계속 늘어나는 노년층 인구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무임승차' 시스템 자체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국회에서도 노년층의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를 개편하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30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고령화에 따른 무임수송 비용의 증가와 이에 따른 도시철도의 비용부담이 가중되는 점을 감안해 도시철도 서비스 향상을 위한 노인의 무임수송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만 65세 이상 노년층에 대한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고 일정금액의 모든 교통수단 이용권을 제공하는 내용의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예고하고 있다. 이 의원은 "어르신들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또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합리적인 방향에서 교통복지를 모색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추가로 부여하는 것"이라며 "무임승차 비용이 2022년 8159억원으로 늘어 도시철도공사를 운영하는 지자체의 재정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노인 무임수송은 국가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노인복지에 대한 궁극적인 대안책 없이 무임승차 폐지만을 주장한다면 불필요한 갈등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해서 적자가 생긴다는 논리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몸도 불편한 상황에서 얼마나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겠나. 사실 지하철 요금제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제일 낮은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노인들의 소득 조사를 통한 이용 제한도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하고 행정 비용이 과다하게 많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잃는 게 더 많다면 다시 전체를 살펴봐야 한다. 해외는 일단 지하철 요금 자체가 비싼 대신 기초연금도 많이 주고 있다. 노인들에게 지하철 이외에도 공공버스와 전기차 이용을 더 장려하는 것도 방안이 될 것이다. 노인들의 노후 생활을 위한 근본적인 큰 시각에서 바라보고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