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르포] 서울시 DT 매장 안전시설 미흡…‘보행자, 안전 사각지대 놓여’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files.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13010006273

글자크기

닫기

반영윤 기자

승인 : 2024. 10. 13. 11:48

서울시, 21년 말 'DT 안전계획' 시행해
7가지 안전시설 설치 매장 3곳(6%)뿐
"보행 안전 위해 DT 규제 강화" 목소리
123123123
13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커피 승차구매점(드라이브스루 매장) 앞에서 한 시민이 도보를 걷고 있다. 이날 매장 앞에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걷는 시민들과 매장 이용 차량이 아슬아슬하게 서로 피하는 장면을 계속해 볼 수 있었다. /반영윤 기자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커피 승차구매점(드라이브스루(DT) 매장) 앞에서 차량 경적이 1초간 울려 퍼졌다. 도보를 걷던 한 시민이 DT 매장에 진입하는 차량에 치일 뻔했다. 이 시민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입차주의' 경고장치에 불이 들어오지 않은 것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경고장치는 차량이 지나간 뒤에야 울렸다. 이날 매장 앞에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걷는 시민들과 매장 이용 차량이 아슬아슬하게 서로 피하는 장면을 계속해 볼 수 있었다.

서울 지역 DT 매장에 경보장치·점자(선형)블록 등 필수 안전시설 설치가 강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도를 가로지르는 DT 매장 출입에 대한 서울시의 안전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13일 윤영희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서울 지역 DT 매장 52곳 중 필수 안전시설이 설치된 매장은 △경보장치 35곳(67%) △볼라드(차량 진입 억제용 말뚝) 44곳(85%) △진출입로 바닥재 24곳(46%) △경사구간 18곳(35%) △점자블록 18곳(35%) △대기공간 27곳(52%) △정지선 10곳(19%) 등이다. 서울 지역 DT 매장 중 필수 안전시설을 모두 설치한 곳은 3곳(6%)에 불과하다. 심지어 DT 매장 4곳은 7가지 필수 안전시설이 설치되지 않았거나 보여주기식 설치만 된 것으로 나타났다.

clip20241013105405
서대문구 한 DT매장 앞 인도에 볼라드를 알리는 점자블록만 설치돼 있다. 시각장애인이 해당 도보를 지날 때 매장으로 차가 진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는 구조다. /반영윤 기자
실제 서울 서대문구의 한 DT 매장엔 필수 안전시설인 점자블록 설치가 미흡했다. 매장 앞 약 8m 폭 도보엔 가로·세로 30㎝ 크기 점자블록이 2m 간격으로 단 두 개만 놓여 있었다. 시각장애인이 해당 도보를 지날 때 매장으로 차가 진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지 못하는 구조다.
시는 2021년 말 '승차구매점 안전계획'을 시행하며 신규 DT 매장 개설 시 안전 필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필수 안전시설은 △경보장치 △볼라드 △보행 연속성 확보를 위한 진출입로 바닥재△ 차량 진출입로 인식을 돕는 경사구간 △점자(선형)블록 △ 6m의 진입로 대기공간 △진출로 정지선 등 7가지다.

시는 2022년부터 승차구매점 안전계획에 따라 연 2회 지역 DT 매장 필수 안전시설이 제대로 설치됐는지 점검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2년 29곳, 지난해 9곳, 올해 상반기 5곳 DT 매장에 대해 안전 필수시설 설치 보완 사항을 점검하고 시정조치를 내렸다"며 "올해 하반기 정기 점검에서는 현장 (교통·안전) 전문가와 함께 시민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5432
12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커피 승차구매점(드라이브스루 매장) 안전요원이 진입하는 차량을 안내하고 있다. 이곳은 DT매장 중 필수 안전시설 7가지가 모두 구비된 우수 매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반영윤 기자
하지만 시의 안전계획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윤 시의원은 DT 매장 인근 보행자 안전을 위해 안전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시의원은 "서울시가 21년도부터 안전 필수시설 설치 기준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점검하지만 기존 DT 매장의 경우 안전 설비가 강제되지 않아 보행자 안전 사각지대 문제가 크다"라며 "경북 포항시는 5년마다 이뤄지는 도로점용허가 갱신에서 안전 사항을 적용해 도로점용허가 취소까지 고려한다. 서울시 역시 보행자 안전 강화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DT 매장이 안전 필수시설 설치에 미진할 경우 과태료를 더 많이 부과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조례 강화도 고려해야 한다"며 "시민들이 쾌적하게 도보를 이용하기 위해 DT 매장에 교통유발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영윤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