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서 함경아展..."코로나·남북정세 변화로 기약 없는 기다림 형상화" 베니스 비엔날레서 전시 중인 한국계 미국작가 마이클 주 개인전도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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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함경아 개인전 전경. /국제갤러리
함경아는 남다른 근성으로 세계 곳곳을 파고들며 남들이 하지 않는 독특한 작업을 하는 작가다. 초창기 그는 아시아 지역을 여행하며 노란색 옷을 입은 사람만 무작정 쫓아가 인터뷰하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했다. 이후에는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되는 바나나 가격 폭락의 배경을 알아내기 위해 아시아와 유럽을 탐사했고, 전임 대통령 집에서 나온 폐기물을 모아 역사를 패러디하기도 했다.
그러한 그가 오랜만에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을 열었다. '유령 그리고 지도'라고 명명한 이번 전시에서는 북한과 관련된 그의 '자수 프로젝트' 작업이 소개된다. 어느 날 집 앞에 떨어진 삐라를 본 함경아는 북한의 자수공예가와 금기된 소통을 시도하게 된다.
그는 자수 도안을 디자인하고 중개인을 거쳐 그 도안을 북한의 수공예 노동자들에게 전달했다. 예측할 수 없는 무기한의 시간이 흐른 뒤 이 도안은 제3자를 통해 자수의 형태로 작가에게 돌아왔다. 함경아는 이 자수 파편들을 갈무리하고 자신이 그 위에 손수 자수를 더해 작품을 완성시켜 캔버스에 엮는다. 작품 캡션에는 이에 투입되는 노동시간이 기입된다. 자수 작업자 1명 당 1400시간을 썼을 것으로 추산된다는 캡션을 통해 그들의 육체노동이 시각·촉각화 된다.
함경아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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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아 작가. /사진=전혜원 기자
함경아의 이러한 작업은 남북한 정세에 따라 작품 제작이 기약 없이 유예된다. 그는 자신의 작업 과정에 관해 "1만 걸음이 필요하다면 그 중 9999걸음은 결정된 것 하나 없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이 전혀 불가한 상태로 걷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 팬데믹과 정치 상황의 변동으로 유독 기약 없는 기다림이 길어졌다. 그의 '유령 그리고 지도 / 시01WBL01V1T' 삼면화 작품에서 작가는 여러 줄의 리본테이프를 가로로 길게 줄지은 가운데의 패널을 통해서 기다림의 시간을 형상화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길어지는 기다림의 시간을 눈물로 형상화한 듯한 이미지들이 담긴 태피스트리 작업들도 소개된다. 또한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화면처럼 수직, 수평의 격자에 추상표현주의 이미지들을 풀어놓은 것처럼 다양한 직물로 된 리본 테이프를 직조한 작업도 걸렸다.
[국제갤러리] 함경아_유령 그리고 지도 시01WBL01V1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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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아의 '유령 그리고 지도/ 시01WBL01V1T'. /국제갤러리
4개의 전시 공간으로 구성된 국제갤러리의 K2에서는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관 30주년 기념전 '모든 섬은 산이다'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 대표로 참가하고, 2006년 광주비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과학자였던 어머니에게서 영향을 받고, 자신 역시 작가가 되기 전 과학자였던 독특한 이력을 가진 마이클 주는 7년 만에 열린 개인전에서 과학과 예술의 교차점에서 정체성, 경계성 등을 다룬 작품들을 선보인다. 빛의 각도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의 색을 띠는 마이크로익 유리(이색성 유리)를 소재로 신작이 눈길을 끈다.
마이클 주 전시전경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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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주 개인전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전시장 한켠에는 마치 사람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서 있는 듯한 작품도 자리 잡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마이클 주는 "작품에 사용된 이불은 1970년대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갈 때 가져가서 모든 가족이 덮고 잔 것"이라며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가족의 역사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Mediator(redux)'란 제목의 이 작품에서는 4만8000개의 돌 구슬로 만든 길다란 줄이 옥수수 수염처럼 뻗어 나와 전시 전체를 연결시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