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없어 고심·방문 시기 조율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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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지난해 말 전원회의를 계기로 남과 북을 두 국가로 규정하겠다고 천명했지만, 관련 사항이 북한 헌법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북한 내부적으로 '통일 폐기'를 지시했지만, 명분이 없어 딜레마에 빠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9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가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 회의에서는 △사회주의헌법 일부 내용 수정·보충 △공업법과 대외경제법 심의 △품질감독법 집행검열감독 정형 등 5가지 의안이 다뤄졌다. 특히 헌법 개정 관련, 올해부터 고급중학교 졸업 나이에 맞춰 노동·선거 나이를 수정하는 내용'이 반영됐다. 이 외에 헌법 개정과 관련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17일 "10월 7일 헌법 개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다"고 사전 예고했다. 이는 김정은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김정은은 올해 1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도 영토 규정 신설 및 통일 삭제 등 헌법 개정 지침을 공개적으로 지시했다. 이로 인해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계기로 헌법 내용이 반영됐지만, 보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반면, 북한이 현재 정전협정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군사분계선을 남쪽 국경선으로 명시하기는 어려웠을 수도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은 자신들이 핵 보유국임을 과시하는 상황에서 두 국가 제도화 공개가 국제사회 이슈 분산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자제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제14기 대의원 임기가 초과된 상황에서 급박하게 개정하기보다는 2025년 제15기 대의원 선거, 국무위원장 선거, 국가지도기관 선거, 사회주의헌법 개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선전선동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시기를 골라 수위 조절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두 국가론'의 정당성을 확보한 뒤 공개 시기를 전략적으로 고르기 위해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김정은의 의도처럼 영토, 영해, 영공 조항을 신설하는 의도가 간단하진 않아 헌법에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부분은 북한이 다음에 최고인민회의 회의를 개최할 때 삭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