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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아메리카TV 등 중남미 언론에 따르면 쿠바에선 빈집을 돌보는 주민이 늘고 있다. 미국이나 스페인, 멕시코 등지로 떠나는 가족이나 친지, 지인 등으로부터 집을 살펴달라는 부탁을 받고서다.
쿠바 수도 아바나의 서부에 살고 있는 알프레도 가르시아(58)는 매주 자택 맞은편에 있는 빈집의 문을 따고 들어가 청소를 하고 화초에 물을 준다. 사람이 사는 것처럼 전등불을 켜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가르시아는 6개월 전 스페인으로 떠난 이웃의 부탁을 받고 빈집을 돌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70대 주민은 남동생과 올케, 사촌, 딸이 남기고 간 주택 4채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다. 그는 "1~2일씩 잠까지 자면서 빈집을 돌다보면 한 달이 금방 지나버린다"고 말했다. 남동생과 올케, 사촌은 2년 전 미국으로 떠나면서, 딸은 7년 전 쿠바를 등지고 스페인에 정착하면서 그에게 집을 관리해달라고 부탁했다.
쿠바를 탈출하는 주민들이 집 관리에 바짝 신경을 쓰는 건 자칫 소중한 재산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라 해외로 나간 쿠바 주민이 2년 내 귀국하지 않으면 주택의 소유권을 상실한다. 그나마 쿠바가 역이민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구사하면서 2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 것이다. 2011년까지 쿠바에선 개인 간 부동산거래가 법적으로 불가능했다. 거주자가 해외로 나가 빈집이 된 주택은 곧바로 국가에 귀속됐었다.
쿠바에서 빈집을 돌보느라 분주해진 주민이 많아진 건 쿠바를 등지는 이주민이 늘어난 탓이다. 쿠바에서 마지막 인구조사가 실시된 2012년 기준으로 쿠바의 인구는 1110만명이었지만 지금은 1000만명 선이 붕괴됐다는 게 정설이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2021년 10월부터 지금까지 미국으로 건너간 쿠바 주민은 85만명을 상회한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쿠바를 빠져나와 스페인 등 유럽국가나 중남미로 이주한 주민을 합산하면 쿠바의 인구는 100만명 이상 감소한 게 확실시된다.
중남미 언론은 "종합통계는 없지만 2022~2023년 멕시코에 망명을 요청한 쿠바 국민이 3만6574명, 우루과이로 들어간 쿠바 국민이 최소한 2만2000명 등으로 알려져 있다"며 "일각에선 쿠바의 인구가 2021년 대비 18% 줄었다는 관측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빈집이 늘면서 집값은 추락하고 있다. 전력난 등 총체적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주행렬까지 이어지면서 부동산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가족과 함께 멕시코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는 쿠바 주민 라이델 곤살레스(34)는 "페이스북에 집을 매물로 내놓은 지 7개월 됐고 집값을 1만 달러(약 1350만원)까지 내렸지만 아직 팔리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집을 팔아 이주자금으로 쓰려고 한다는 곤살레스의 집은 방 5개짜리로 정원에는 작은 풀장까지 갖추고 있다고 한다.
쿠바 경제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아바나컨설팅그룹은 "집과 살림살이 일체를 한꺼번에 넘겨 몸만 들어와 살면 된다는 부동산광고가 늘고 있지만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민열풍이 불면서 수요가 줄어 부동산시장이 침체의 수렁에 빠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