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짐 풀어놓고, 산책로 점령
사고 시 러닝 크루 처벌 불분명
전문가 "양보하는 태도 필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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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산책하던 직장인 A씨는 최근 부쩍 늘어난 '러닝 크루'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며 이렇게 푸념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달리기 열풍이 일면서 많은 인원이 함께 달리는 '러닝 크루' 인기도 덩달아 뜨겁다. 다만 수십 명이 줄지어 달리며 보행로를 점유하거나 '파이팅' 구호를 외치는 등으로 시민들의 불편이 잇따르자 '민폐'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달리기 인원수를 제한하는 등 대응에도 나선 상황이다.
13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지자체 권고 이후에도 러닝 크루의 민폐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러닝 크루'의 성지로 불리는 여의도 한강공원은 밤마다 뛰는 자와 걷는 자가 뒤섞이며 여러 잡음이 일고 있었다.
실제 기자가 접촉한 Y 러닝 크루의 경우 여의도 한강공원에 모여 몸을 풀고 단체 사진을 촬영한 후, 약 15명씩 5개 조로 나뉘어 출발했다. 하루 집합 인원만 최대 7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일부 회원들은 짐을 공용공간인 벤치에 모두 풀어놓고 출발해 시민들이 이용할 수 없게 하거나 좁은 한강 산책로를 일렬로 뛰면서 맞은편에서 걷는 시민의 보행 흐름을 방해하는 모습도 관측됐다.
특히 크루 선두주자가 뒤따라오는 회원들에게 보행자가 있음을 알리려 "보행자 조심"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공원의 적막감을 깨는 등의 불편함도 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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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진 변호사는 "러너와 충돌했을 경우 민사적으로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지만 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닝 크루 회원들은 건전한 문화 현상으로 보지 않고 지자체가 제재에만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K 러닝 크루의 한 운영진은 "지자체 규제로 크루 활동 자체가 제한을 받는 상황에 불편함을 느끼는 러너들이 많다"며 "특히 안전을 위해 트랙 훈련이 중요한데, 이마저 금지하는 것은 과한 처사라고 느낀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무조건적인 규제가 아니라 러너와 다른 도로 이용자와의 '공존'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미연 도로교통안전공단 교수는 "규제보다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러너가 모두 안전하게 공간을 공유할 수 있도록 서로 양보하는 태도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