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청약 경쟁률로 마감했지만
실제 계약 과정에서 불발 잇따라
수요자들 '옥석 가리기' 심해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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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과 은행들의 대출 제한 등 금융 규제가 이어지면서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수요가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렇다 보니 시세 대비 비싼 분양가를 책정한 신규 단지 가운데는 청약 당시 높은 경쟁률을 보였으나 계약 과정에서 미분양 실제 분양 물량이 대거 나오면서 고전하는 곳도 적지 않다.
7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들어서는 '그란츠 리버파크' 아파트는 최근 잔여가구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선착순 동·호수 지정 분양에 나섰다. 이 아파트는 지난 8월 8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189가구 모집에 3169건의 청약통장을 끌어모았다. 청약 경쟁률은 평균 16.76 대 1에 달했다. 전날 진행된 특별공급까지 합쳐 총 4484건의 청약이 접수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분양 물량을 모두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이 아파트 단지 전용면적 84㎡형 분양가가 16억~19억4000만원 수준으로, 지난달 입주한 인근 '강동 밀레니얼 중흥S-클래스' 같은 평형 분양권 시세(10억~12억원)보다 비싸다"며 "그란츠 리버파크가 일대 처음으로 들어서는 하이엔드 단지임에도 분양가가 워낙 비싸다 보니 미분양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서구 공항동 '더 트루엘 마곡 HQ' 아파트도 계약자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72가구를 대상으로 1·2순위 청약에 나서 882건의 청약통장을 접수받았지만, 공급 물량을 모두 털어내지 못해 현재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단지가 전체 148가구 규모로 작은 데다, 전용 36·48㎡형 등 소형 면적으로만 공급돼 미분양이 발생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또 전용 48㎡형 분양가가 7억~7억1300만원대로, 2009년 준공된 인근 '강서 센트레빌 4차' 전용 59㎡형 시세(7억원 중반)와 비슷한 것도 완판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은행들의 대출 규제로 인해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합리적 분양가 및 우수한 입지를 갖춘 단지를 찾는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 아파트값이 올해 들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집값이 어느 정도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의 대출 규제까지 가해지면서 시장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며 "입지가 좋지 않고 분양가도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된 분양 단지는 당분간 수요자들에게서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