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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축구가 왜 동남아 축구와 상생해야 하나.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인간과 인간 사이는 인과작용이 있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교류에도 흐름과 인과작용이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적 교류, 그다음에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 교류가 있는데 당연히 축구가 한 파트를 맡아야 한다."
- 왜 그런가.
"효율적이니까. 여러 가지 감정을 익스체인지 함에 있어서, 축구라는 매개체는 세계에서도 증명된 히트 상품이다. 또 대한민국 축구가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능력, 어떤 노하우를 충분히 전달하면 축구를 통해 우리의 '노하우 + 문화'를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다. 그래서 굉장히 중요한 매개체다."
- 동남아 축구인들, 동남아 국민들이 바라보는 한국 축구는 어떤 이미지인가.
"동남아에선 한국과 일본을 항상 같이 묶는 경향이 있다. 좀 배우고 싶고 또 동경하는 그런 지위를 갖고 있는 나라라고 여긴다."
- 경제, 문화적 측면도 그렇고, 축구 역시 마찬가지라는 뜻인가.
"그렇다."
- 지금 김상식 베트남 대표팀 감독 매니지먼트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다.
"일은 다양한데 본질은 하나다."
- 뭔가.
"사회적 교류와 성장, 그리고 사람들의 즐거움의 총량을 늘리는 일이다. 그것이 제게는 축구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전 세계인들의 즐거움의 총량을 늘리는 일은 인류복지를 늘리는 일이다.
"동의한다."
- 스포츠 매니지먼트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직장생활하다 나왔는데,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매력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무엇보다도, 이 일이 재미있어 하고 좋아하는 일이다. 여러 사람과 함께 어떤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도달하는 쾌감이 있다."
- 축구 에이전트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그냥 부딪혔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로 다양한 기능도 필요하고 준비해야 할 사항도 많지만, 고민하는 시간보다 일단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 이것 하나만큼은 '어떤 경우에도 꼭 참아야 한다'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세일즈하는 거다. 사람을 세일즈하다 보면, 본인이 가깝거나 혹은 어렵거나 이런 것에 따라서 감정의 추이나 높낮이가 달라진다. 그런데 그런 것이 드러나는 순간 일이 틀어지거나 문제가 생긴다."
- 협상 상대에게 늘 맞춰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축구 매니지먼트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을 하는 것이다. 주장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을 담아서 하지 말고 자료를 가지고 정확하게, 객관적 논리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 그래서 처음에 베트남 축구협회가 이 대표를 안 만나줬을 때 협회 사람들 앞에서는 감정 유지를 잘하다가 카페에 가서 혼자 펑펑 운 것인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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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하다. 총 인구가 많고 젊은층 인구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동남아와 상생하면, 동남아와 한국 축구시장이 그만큼 커지는 것과 같다."
- 동남아 각국의 축구협회와도 비즈니스가 많다.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님이 큰 성공을 거두시고 선순환이 일어났다. 최근 라오스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하혁준 감독의 매니지먼트도 담당하고 있고, 정재권 한양대 감독도 라오스 19세 이하 겸임감독으로 모셨다. 캄보디아나 다른 나라 축구협회 회장님들과도 계속 소통하고 있다."
- 동남아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가 이동준 대표를 신뢰하게 된 계기는 뭔가. 역시 박항서 감독의 성공인가.
"그건 부인할 수 없는 팩트다. 그런데 동남아 축구관계자들은 제 이름을 보고 연락하지 않는다.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 자체에 기본적인 관심이 있고, 그 브랜드로 동남아에서 성공한 사례가 나왔기에 연락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과 교감하기 위해 사람을 찾는데 아무래도 제가 동남아에서 하는 일이 많으니까 자주 나타나고, 그래서 소통도 많이 하고, 그러다보니 추천도 받고, 그래서 그냥 일이 많아진 거다. 제가 잘 나서, 특별해서 이뤼진 것이 아니다."
- 박항서 감독님 이전에 브루네이의 권오손 감독이라든가 네팔의 장경환 감독이라든가 대한축구협회가 지도자를 파견한 사례가 있다. 그밖에도 각국 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사례가 있지만, 국민적 영웅이 된 것은 박항서 감독님이 거의 최초다. 어떻게 보면, 박항서 감독의 경우는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 그러니까 최빈국에서 선진국이 될 때까지의 경험 자체를 수출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맞다. 그 의견에 격하게 공감한다. 선수를 수출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한국의 코칭 노하우 자체를 수출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 이 일을 하면서 큰 만족도를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감독, 코치를 수출하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을 가르치는 어떤 인적 자원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의 성격, 그 사람의 개인적인 캐릭터만 보내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지도를 통해서 성장한 아이들에게는 평생 동안 영향을 끼친다. '그래, 내 스승님이 한국 사람이었어'라는 느낌이다. 이런 친구들은 일생을 두고 자연스럽게 친한파가 되는 것이다. 한국 제품, 삼성이나 LG나 현대 자동차, 한국 드라마나 K-팝 같은 콘텐츠가 나오면 '우리 선생님이 한국 사람인데 저런 말 했었어'라는 반응이 나올 것이다. 지금 박항서 풋볼아카데미를 하면서 가장 이루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런 부분들이다."
- 2018년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 베트남의 준결승전이 있었다. 손흥민 선수가 장난스럽게 박항서 감독님 곁으로 다가가 베트남의 작전 지시를 듣는 척 했다. 박 감독님이 막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 2023년 수원에서 벌어진 한국 대 베트남 친선 경기가 끝나고 베트남 선수들이 마치 자국의 대선배 선수를 대하는 태도로 손흥민 선수를 대했다. 정중하게 머리 숙여 인사하는 등 정중하게 예를 표한 점이 감동이었다.
"저도 감동했다. 손흥민 본인은 자기가 월드클라스가 아니라고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월드클라스가 맞다. 그런 사람에 대한 존경을 표한 것이다. 베트남 선수들이 동경하는 아이돌을 만난 것인데, 존중의 방식은 각 나라, 문화마다 좀 다르지 않나. 특히 베트남 국가대표 선수들은 박항서 감독의 영향, 한국적인 예의, 베트남 문화의 유교적 사상이 겹쳐서 그렇게 인사했다고 본다. 그런데 거꾸로 말씀드릴 것이 있다."
- 뭔가.
"2015년 윔블던 주니어 복식 우승자인 베트남 최고의 테니스 스타 리호앙남(27)은 대한민국 테니스 유망주에게 굉장한 롤모델이다. ATP 싱글랭킹은 200위권 안팎이지만, 리치가 짧고 신체 조건이 일급이 아닌데, 기본기에 투철한 랠리 플레이로 포인트를 올린다. 서비스 에이스도 거의 없다. 한국 유망주들이 그 친구를 존경하는 건 인종과 문화를 떠나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리스펙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복서들이 필리핀의 프로복서 파퀴아오에 대해서 리스펙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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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라고 생각한다.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축구의 성공 요인은 위기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진했다는 점이다. 그 노하우를 수출하고 싶다."
- 무슨 말인가.
"우리가 아직 월드 클래스는 아니지만 피파랭킹 30위 안 성적은 꾸준히 유지한다. 그런 단계로 올라선 건 2002년 월드컵 4강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계기이자 결과였다고 본다. 그 사건은 사람들의 편견, '우리는 안 될 거야'라는 패배의식을 깨고 우리의 한계를 극복한 역사적 행위였다. 월드컵 본선진출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났다. 동남아시아가 축구에 조금 더 많은 투자를 하면 언젠가는 결국 그런 일이 생길 것이다. 꿈은 이루어 진다."
- 언제쯤 꿈이 이루어질까.
"당장 생길지 근미래에 올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동남아 각국의 국민을 좋은 의미에서 자극하는 일에 축구가 도구로 쓰이기를 바란다. 자국의 가능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들이 온다면 축구와 축구 외적으로도 수많은 좋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 국제 축구 네트워크 이야기도 했다.
"K리그가 많이 성장했다. 양민혁 같은 고교생 선수가 프로에 데뷔하고 EPL에 직행했다. 그래서 베트남 선수들과 우리나라 지도자 사이에 접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박항서 풋볼 아카데미가 한국 지도자를 모신 이유다. 기술, 노하우 + 네트워크가 선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다. 히딩크 감독이 이영표, 박지성을 아인트호벤으로 데리고 갔지 않나."
- 그 역도 가능하다. 베트남 및 동남아에서의 코칭 경험이 우리 지도자들에게 큰 자양분이 되고 있다.
"맞다. 지금까지 K리그 베테랑 감독님들이 동남아에 오셨다. 교류가 늘어나면서 최원권, 윤동헌, 김태민, 이정수 같은 분들이 일류 한국인 감독 밑에서 코치를 했다. 동남아 뿐만 아니라 홍콩 등 활동반경도 넓어졌다. 그 분들이 K리그에서 크게 성공하기를 바란다."
- 민족적 열등감에 시달리던 우리나라 사람들을 손기정 한 분이 단번에 바꾸었다.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베트남 축구도 베트남 국민에게 큰 희망과 기쁨을 줬다고 본다.
"이미 했고 앞으로도 더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엘리트 선수들을 지도했던 능력 있는 분들이 여기 와서 일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계속한다면, 베트남 축구가 아주 특별한 순간에 도달하는 날이 꼭 올 것이다."
- 베트남 이외에 다른 나라와도 꾸준히 교류를 하나.
"계속 교류하고 있다. 태국, 말레이시아, 라오스, 캄보디아 그리고 동남아는 아니지만 홍콩이다. 중국, 카타르와도 비즈니스가 있고 최근에는 포르투갈이랑 유럽 쪽, 그다음에 브라질과 커뮤니케이션을 계속하고 있다."
-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말하고 안 이루어지면 제 스스로 후회할까 봐 그렇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 뭔가.
"한국과 동남아 축구가 더 발전하려면 반드시 산업화가 되어야 한다. 산업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금융과 함께 가야 한다. 축구와 금융을 연결해야 축구게에 인재가 몰린다. 인적 자원을 늘리고 축구 문화를 발전시키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
- 어떤 일이든, 자체적으로 이익을 내는 산업이 되지 않으면 미래가 그렇게 밝지 않다.
"바로 그점이다. 각 분야의 좋은 인적 자원이 축구계로 많이 들어와야 축구 산업이 발전한다. 고급 인적 자원을 활용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전문가에게 걸맞는 금전적 댓가를 지불해야 하니까. 그래서 금융이 필요하다. 축구가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내는 산업이 되면, 축구에 쏟아지는 관심과 호응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 이동준은
1985년 출생으로 중학교 때까지 엘리트 태권도 선수였다.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래에셋자산운용 홍보실(스포츠마케팅, 광고, 언론)에 근무했다. 현재 (주)디제이매니지먼트 대표, (주)인스파이어드아시안매니지먼트 대표, 대한축구협회 공식 중개인, 한국스포츠에이전트협회 정회원, FIFA 에이전트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