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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정책연구기관 카자나 리서치 인스티튜트(Khazanah Research Institute, KRI)는 한국의 국민연금과 유사한 은퇴 저축 제도인 자국의 근로자공제기금(The Employees Provident Fund, EPF)의 2019~2022년 분납 기록을 분석한 결과 30세 미만 가입자 중 상위 약 10%만이 EPF에 3만5000링깃(약 1112만 원)을 저축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3일 밝혔다.
KRI는 30세 미만 가입자의 약 90%가 낮은 임금 상승률 때문에 목표 은퇴 자산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30세 전까지 최소 3만5000링깃을 저축해야 55세까지 목표 은퇴 자산을 모을 수 있다.
말레이시아 민간 부문 노동자는 EPF에 의무 가입하도록 돼 있다. 1951년부터 운영돼온 이 제도에서 가입자는 매달 월급의 최대 11%를 납부해 55세가 되면 해당 금액을 사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의 주요 원인이 고물가와 낮은 임금 인상률로 커진 생활비 부담에 있다고 분석했다.
탄 스리 모호드 주키 알리 EPF 회장은 "낮은 임금 때문에 긱 노동(Gig Economy) 형태로 일하는 비공식 근로자가 늘면서 EPF 저축 저조 현상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말레이시아 긱 노동자는 전체의 약 26% 수준인 약 400만명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의 임금 상승률은 약 5%다. 인도(약 9.3%), 베트남(약 7.0%), 인도네시아(약 6.5%)보다 낮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와 물가 상승 등 경제 여건 전망을 반영해 목표 저축액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말레이시아 근로자공제기금은 2019년 1월 1일 은퇴자산 규모를 기존 22만8000링깃(약 7244만원)에서 24만 링깃(약 76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니아즈 아사둘라 국제노동기구 동남아시아 대표는 "매년 물가 부담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24만 링깃으로는 노후를 보장할 수 없다"며 "현실적인 저축 목표를 설정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근로자공제기금에 따르면 2043년까지 말레이시아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4%에 달할 전망이다. 생산연령 성인 대 노인 비율은 2020년 10:1에서 2060년에는 3:1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호드 주키 EPF 회장은 "말레이시아 국민의 41%가 EPF를 주요 은퇴 소득원으로 의존하지만 올해 6월 기준 55세 이하 가입자의 34%만이 목표 저축 기준액을 충족했다"며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