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시장에 온기 돌자…주춤하던 서울 대형 개발사업 ‘속도’

4조원 규모 서초 '서리풀' 개발…추진 5년 만에 사업 본격화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수서역세권 복합개발' 사업도 속도
“금리 인하 가능성에 PF 부담↓…우량 사업지 개발 탄력”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리풀 개발사업' 조감도./엠디엠그룹

서울지역 도시개발사업이 최근 들어 탄력을 받고 있다.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자금줄 역할을 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이 조금씩 활력을 되찾고 있어서다. 연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며 사업 비용을 빌려주는 금융사 등 PF 대주단의 자금 조달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서울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띠자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사업 의지를 불태우는 곳이 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옛 국군정보사령부 부지 개발사업(서리풀 개발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사업 시행자인 엠디엠그룹은 내년 PF 자금 조달을 앞두고 현재 시공사 선정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판 실리콘밸리' 개발사업으로 평가받는 이 프로젝트는 서초동 일원 9만6795㎡에 달하는 부지에 업무시설 및 문화·연구·판매시설 등 대규모 비즈니스타운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엠디엠그룹은 지난 2019년 해당 부지를 공매를 통해 낙찰받고 국민은행·신한은행과 컨소시엄을 조성해 사업에 착수했다. 총 사업비만 4조원에 달하는 데다, 고금리·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부진했던 사업이 다시금 활기를 찾고 있다.

엠디엠그룹 관계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며 자금 조달 부담이 다소 줄고 있어 내년 착공·2028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이 사업 금융을 주관하는 신한은행에서도 자금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도 서울 주요 개발사업으로 평가받는 광진구 구의동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신세계프라퍼티는 신세계동서울피에프브이(PFV)를 통해 HJ중공업으로부터 동서울터미널 부지 매입 절차를 완료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2019년 10월 부지 매입을 위한 120억원 규모의 1차 계약금을 납부하며 사업에 착수했다. 이후 5년이 흘렀지만, 자금 조달 부담에 그간 2012억원 규모의 동서울터미널 매입을 위한 잔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었다. 사업은 동서울종합터미널 부지를 재개발해 대형 쇼핑몰·오피스·전망대 등을 갖춘 최고 40층짜리 복합 여객시설을 새로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서울시의 건축 인·허가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권 초대형 개발사업인 '수서역세권 복합개발' 사업도 최근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업무단지(오피스빌딩) 건설을 위한 4000억원대의 본PF 조달을 완료하며 착공에 돌입했다. KCC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2028년 1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지역 개발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는 배경에는 PF 등 부동산 자금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 점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미국 금리 인하로 인해 한국은행 기준금리 역시 연내 인하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이에 자금 조달 부담이 줄어든 금융사들이 다시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서울 주요 입지에 자리해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되는 곳에는 자금 조달 의사를 내비치는 금융사가 늘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수조원 가량의 사업비 부담에도 개발을 추진하는 곳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