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부도처리된 건설기업 중 78%가 지방 소재
지난달 말 CR리츠 1호 설립…전남 광양 497호 매입 계획
CR리츠 효과 두고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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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리츠는 시행·시공사 등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한 뒤, 임대로 운영하는 구조로 이뤄졌다. 투자금과 임대보증금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상환한 후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면 분양으로 전환해 그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게 특징이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지방 미분양 주택은 총 5만4934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6만7550가구)의 81% 수준이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1만6461가구 중 82.9%에 해당하는 1만3640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이른바 '똘똘한 한채' 선호 현상으로 인해 서울 등 수도권에 청약 수요가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문을 닫는 지방 중소건설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이날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등록된 부도 건설사(당좌거래 정지 당시 폐업 혹은 등록 말소된 업체 제외) 수는 23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18곳이 지방 소재 기업이었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10년 만에 재도입한 CR리츠에 관심이 모인다. 지난달 말 KB부동산신탁이 총 사업비 550억원 규모의 CR리츠를 설립하고 국토부에 영업 등록을 신청했다. 2022년 11월 준공 이후에도 집주인을 구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전락한 전남 광양 아파트 497가구를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CR리츠는 올해 3월 28일부터 내년 12월 31일 사이 취득한 지방 미분양 주택에 세제 혜택을 받는다. 취득세는 법인 취득세 중과세율(12%) 대신 기본세율(1∼3%)을 적용받으며, 취득 후 5년 동안 종합부동산세 합산에서 배제된다.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시각이 적지 않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2009년과 2014년에도 CR리츠가 운영됐지만 각각 연간 미분양 주택의 1.8%, 1.2% 수준인 2200가구, 500가구씩을 매입하는 데 그쳤다"며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해야 하는 구조상 사업성이 낮은 지방 미분양 물량에 얼마나 매입이 몰릴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번 CR리츠 1호 설립이 지방 부동산 시장 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CR리츠를 통해 매입한 주택에 대한 임대 수요를 면밀히 파악한 후 의무 임대 기간을 유동적으로 설정하고, 그에 따른 세제 혜택에 차등을 둔다면 CR리츠 활성화 및 지방 부동산 시장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