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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오늘날 우리는 피로사회에 살고 있다. 피로사회는 경쟁사회 및 성과사회의 산물로 과잉 활동, 과잉 자극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사색의 가치와 건강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동시에 자신의 유한함을 느끼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려고 노력하는 사회다. 경쟁하지만 협력하는 역설적인 사회라고 하겠다.
개인이 그러하듯 법적인 인간인 법인 기업 역시 끊임없는 경쟁과 성과 추구 속에 있다. 경쟁과 성과 지상주의가 심해질수록 기업은 자신의 유한함을 느끼고 다른 기업과 협력하고 공생하고자 한다. 기업의 역사는 12세기 이탈리아 콤파니아(compagnia)라는 가족회사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족이 공동출자하고 책임도 무한이었다. 이러한 기업은 끊임없이 진화해왔고 현대적 의미의 기업은 인간의 유한성을 극복해주는 가장 놀라운 발명품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민간 기업들이 1900년도 초기에 조금씩 등장하였다. 그중 1926년에 유일한이 설립한 유한양행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36년에 자본금 50만원의 주식회사로 변모하였다. 롤 모델이 되고 있는 기업들 가운데 유한양행은 특별한 기업가 정신 및 기업사명을 가지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1962년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으며 1968년 모범납세기업으로 산업훈장을 받았다. 지배구조가 다른 기업들과 남다른 것으로도 유명하여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유일한의 경영철학에 따라 1969년부터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1971년 유일한 대표의 유언에 따라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최고 수준의 의약품을 만들고 제공하여 국민 건강에 기여한다는 유한양행의 창립 이념은 지난 98년 동안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다국적 제약회사와의 성공적인 협업을 통해 계승되고 있다. 그 결과 유한양행은 20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유한양행처럼 오랫동안 좋은 평판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말할 것도 없이 설립자의 리더십이다.
리더십이란 영향력을 가지고 중요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조직의 권위하에서 사람과 시스템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리더십은 CEO의 개인 역량을 넘어서서 조직에 체계적으로 내재화돼 있어야 의미가 있다. 즉, 전략적 리더십을 의미한다. 이는 한 개인의 예측하고 예상하는 능력, 유연성을 유지하고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능력, 조직의 실행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변화를 이끌고 조직의 핵심역량을 창조하는 능력을 뜻한다.
탁월한 경영 성과를 성취하는 기업은 혁신적이며 헌신된 리더십을 보인 것이 특징이다. 그러한 성공하는 기업들의 공통된 성공 십계명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의 비전과 가치를 설정하고, 조직의 리더십 시스템을 통해 직원, 주요 공급자와 파트너 기업, 고객, 그리고 그 밖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그러한 비전과 가치를 알린다.
둘째, 개인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을 통해 조직의 가치가 실현되도록 한다.
셋째, 조직성과 향상을 위한 환경, 조직의 미션과 전략적 목표 달성, 나아가 조직학습과 직원학습을 위한 환경 조성 및 고객참여를 조성하는 문화를 구축하여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든다.
넷째, 리더십 기술을 개발하고 향상시키고 또한 차기 조직 리더를 양성하여 지속 가능한 조직을 만든다.
다섯째, 준법적이고 윤리적인 행동을 강화하고, 요구하고, 이끄는 조직 환경을 조성한다.
여섯째, 조직전체에 적절한 양방향 의사소통을 독려하고 중요한 결정에 대해 묻고 보상과 인정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하여, 전 직원과 의사소통하고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일곱째, 조직의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적절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한다.
여덟째, 조직성과에 대한 기대에서 고객과 그 밖의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고 공평하게 분배되게 한다.
아홉째, 경영활동에 대한 책임과 투명성, 그리고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관심을 보호해 줄 효과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한다.
열째, 자선 단체 및 교육 기관 등 주요 공동체 기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이러한 노력의 측면에서 보면 유한양행을 설립한 설립자인 유일한은 당시 한국적 정서와는 매우 다른 혁신적인 리더십을 보였다. 이러한 리더십을 기업현장에 정착시키려고 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특별히 그 정신을 존경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심지어 오늘날 기업현장 나아가 사회의 크고 작은 조직의 설립자, 리더, 혹은 구성원들조차 받아들이기 쉽지 않는 결정을 하였다. 기업이 법적인 인간으로 존재한다면 그 기업이 사회 속에서 자기 역할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역량을 키워나가야 그 기업이 성공적인 기업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당신은 평생 일군 당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가.
◇이창원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미 세인트루이스대 경영학박사.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부 교수·글로벌개발프론티어센터장·경영연구소장. 현재 한국경영인학회 부회장, 한국로고스경영학회 회장, 한국기업경영학회 부회장, 기술사업화글로벌포럼 대표, KOICA/ODA 사업 현장전문가로 활동하는 중이다. 한국생산성학회·한국경영교육학회·대한경영학회·한국프로젝트경영학회·글로벌경영학회 등의 회장과 수리과학세계연맹(IFORS) 총괄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100여편의 논문을 SSC급 및 KCI급 학술지에 게재하고 품질경영 및 경영통계 번역서와 공저서 '생산운영관리'등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