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대 기싸움에 멀어지는 '당정 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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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인 7월 한 대표와의 첫 만찬에서 당정 간 화합과 소통을 강조했다. 당시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9월 들어 두 번째 만찬에선 한대표가 인사말도 하지 못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첫 만찬에서 나온 러브샷도 없었다. 당연히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였던 의료개혁 관련 이야기도 일절 나오지 않았다. 당시 여당 참석자는 "추석 민심을 전할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며 굳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두 달 만에 마주 앉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독대도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의료개혁 관련 이야기는 물론 한 대표가 독대에서 원했던 김건희 여사 관련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 첫 만찬이 2시간 정도 진행된 데 반해 이번 만찬은 1시간 반 만에 끝났다. 인사말조차 하지 못한 한 대표는 홍철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독대를 다시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이에 대한 확답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윤-한 갈등이 생각보다 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이견이 지속되면서 신뢰에 금이 갔고, 대통령실은 결국 한 대표가 원한 독대를 거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정 원팀을 원한 윤 대통령이지만 주요 현안에서 보폭을 맞추지 않는 한 대표와의 독대는 '위험하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해석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나라도 김건희 여사 문제를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한 대표와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겠는가"라며 "이번 의료개혁 문제에서 조율되지 않은 말을 하는 한 대표를 보고 윤 대통령의 마음이 돌아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당정 갈등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는 말도 나온다. 의대증원 유예를 느닷없이 언론에 공개했던 한 대표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에도 공개 반대했다. 더구나 김건희 여사를 두고 연일 맹공을 퍼붓는 야권에 피로감을 느끼는 대통령실 입장에서 '김 여사 사과 필요성'을 거듭 거론하는 한 대표의 모습은 용산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로 비춰졌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독대를 통해 나온 내용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 때문인데 제3자가 배석해 교차 확인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의 한 대표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떨어진 것으로 짐작할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표와 정진석 비서실장 간 관계도 소원해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당정 관계 개선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