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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종합병원을 제외한 일반 병원 3857곳 가운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참여가 확정된 곳은 전체의 2.7%에 불과하다. 그나마 상급 종합병원(100%)과 일반 종합병원(40.2%)의 참여율이 높은 편이다. 10월 25일부터 즉시 서류없이 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곳은 283개 병원(전체의 3.7%)이다. 금융당국은 자체시스템 개편 일정, 동일 시스템 집중 문제 등이 있어 시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예견된 일'이란 반응이다. 애초 전자 의료기록 문서 전달을 위한 '중계기관'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아닌 보험개발원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실손 보험금 청구 전산화가 논의됐을 당시, 의료계는 병원의 급여 항목을 심사하는 심평원이 이를 담당하면 민감한 비급여 의료정보가 공개된다는 이유로 거세게 반발했다. 심평원이 중계기관으로 나섰다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졌을 것이지만, 보험개발원이 이를 담당하면서 전산 시스템 관련 논의는 필수적이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늑장 대응'이 도마에 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위원회는 정책 시행일 한달여 전인 지난달 12일에서야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요지는 전송대행기관과 EMR 업체, 의료계의 협력이 필요하단 것이었다. 특히 환자의 진단, 처방 등 의료기록 정보를 관리하는 EMR업체의 협력이 중요하다. 중소병원, 의원, 약국 등 대다수의 요양기관의 경우 민간위탁업체를 통해 상용 EMR을 사용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시스템 개발·관리 비용이 상당해, EMR업체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계 지원도 절실한 상황이다. 병원, 요양기관 등 의료계 입장에선 속도감있게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을 갖춰야할 유인이 없다. 이에 보건당국은 실손 보험 청구 전산화에 참여한 요양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의료 파업 등 여파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위한 운영위원회 구성도 어려울 것이란 시각까지 나온다.
국내 실손보험 가입자 수는 약 3800만명이다. 이토록 수많은 가입자가 매번 필요 서류를 마련하고 청구하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보험업계도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전산 시스템 구축과 운영비용을 부담한다고 한다. 14년 동안 기다려온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소비자들이 기대했던 방향대로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