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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가도 가을은 한동안 오지 않았다. 우리는 한여름 같은 무더위 속에서 한가위 보름달을 보았다. 추석 같지 않은 추석이었고, 가을 같지 않은 가을이었다. 그래서 추래불사추(秋來不似秋)라는 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을을 이기는 여름이 어디 있겠는가? 하룻밤 사이에 가을은 우리 곁으로 성큼 찾아왔다. 창문을 열었다. 아침 공기가 가슴속까지 시원하다.
조간신문을 펼쳤다. 순간 가슴이 답답해졌다. '계엄령', '서울의 봄' 등등의 단어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까마득하게 잊었던 45년 전의 기억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때 한 정치인이 말했던 이 단어는 예언처럼 적중했고, 한때 세간에 회자되기도 했다. 필자는 점쟁이도 아니고 예언가도 아니다. 허황한 망상가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올해 광화문의 가을은 미리 보인다. 눈에 선하다.
1970년대를 살았던 우리 세대에게 1980년 '서울의 봄'은 결코 기억에 떠올리고 싶지 않은 잔인한 계절이다. 그런 '서울의 봄'을 더불어민주당이 우리들 앞으로 불러냈다. 그들 나름, 계산이 있고 의도와 목적이 있을 것이다. 혹자는 민주당 지도부가 "집단 실성한 것 같다"고 말하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계엄령 선동'을 얼마나 더 지속하겠느냐?"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틀림없는 오산이다. 민주당은 이미 치밀한 수읽기를 끝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었든, 그 답은 광화문 광장에 있다고 믿는다. 후쿠시마 오염수 선동도 실패하고, 독도 선동도 안 먹히고, 계엄령 선동 또한 약발이 없음을 민주당이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계엄령 선동 열차의 출발을 알리는 기적을 울렸다. '서울의 봄 4법'이 바로 그것이다. 손님도 없이 자기들만 올라타고 출발했다. 그 출발을 알리는 기적 소리가 찌그러진 화통에서 나오는 쉬어 터진 것이라 해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하나뿐인 희망, 유일한 돌파구가 오로지 광화문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선동정치는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대중의 환호성은 환각제다. 뻔한 거짓말도 무조건 믿어주는 우리 편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래서 여기에 한 번 취하면 쉽게 깨어나지 못한다. 성공의 추억은 금단현상을 낳는다. 혀끝에 맴도는 그 달콤한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선동가의 세 치 혀는 대중의 감성을 들끓게 만들고 이성을 마비시킨다.
대중의 환호성은 더욱 커지고 선동가의 목청은 더욱 높아진다. 그 끝자락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집단광기에 빠진 군중이다. 이러한 일은 고대국가 아테네에서도 일어났고, 근대국가 프랑스에서도 발생했다.
민주당의 핵심 지도부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광우병의 추억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망령이 똬리를 틀고 있을 것이다. 그때의 '사이다 발언'을 암송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위의 사진과 같이 미쳐서 날뛰는 군중들로 올해 늦가을 광화문 광장이 가득 차기를 기대할 법하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게 있다. 우리 국민이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광우병의 거짓 선동에 한번 호되게 속아본 우리 시민들이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정치권의 권력투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은, 뒤늦었지만, 익히 깨달았다. 이런 국민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 내밀듯 뜬금없이 꺼낸 민주당의 계엄령 선동과 탄핵 선동에 결코 들풀처럼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여, '깨어있는 자유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능히 지켜낼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지켜내야 한다. 광화문광장을 지켜내는 것은 경찰버스의 차벽도 아니고, 계엄군의 탱크는 더더욱 아니며, 그것은 '건전한 상식의 자유 시민'이라는 점을 시대착오적 계엄령을 운운하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 지도부와 'x딸들'이 분명히 깨닫도록 해야 한다.
늦가을 어느 날 우리 모두 광화문광장의 푸른 하늘을 함께 보고 싶다.
한상율 전 국세청장은…
2009년 국세청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감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2년간 사회변동과 사회갈등을 공부하고 '대~전환' (2012)과 '편가르기 정치가 나라를 망친다' (2014)를 출간했다. 최근 5년간 고대 그리스의 역사를 공부한 후 '아테네에 길을 묻다' (2024)를 출간하고 유튜브 방송과 강연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한상율 (전 국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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