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만 해도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재활용', '생분해(자연분해) 플라스틱' 등 친환경 사업이 호황을 이루던 시기였다. 각 기업 대표들이 제로 웨이스트 챌린지(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캠페인)에 동참하는가 하면, 기업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친환경 소재 출시가 이뤄졌다.
그리고 현재, 이러한 소식은 뜸해졌다. 물론 기업들이 개발을 멈춘 것도, 사업을 중단한 것도 아니다. 화학업계 종사자를 만나면 언제나 "신소재 개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설령 개발을 하더라도 국내외 여건에 맞게 발표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는 식의 답변을 듣는 걸 보면.
어느 업계나 그렇듯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선보이기까지 시간이 소요되지만, 친환경 분야에 있어선 더욱 그렇다. 특히 생분해 플라스틱은 해당 소재가 썩고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그 시기를 확인해야 한다.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닌, 이를 대외적으로 알려 친환경 인증을 받고 유럽 등 친환경분야에서 앞서가는 시장에 인정받아야 한다.
그 기간을 거치다 보니 과거와 달리 한동안 다운사이클에 접어든 것도 있겠지만, 사실 업계 사정이 만만치 않은 것도 한몫한다. 화학제품의 중국발 공급 과잉,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업계는 불황을 겪은 지 오래다. 즉, 개발에 몰두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정부마저 관심이 떨어졌고, 지원은 더뎌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환경단체 등에서 생분해 플라스틱은 '그린워싱(친환경 위장)'이라고 주장하고, 생분해 플라스틱을 분해할 시설도 국내에 전무하다 보니 정부는 2021년부터 생분해 플라스틱을 친환경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해당 소재가 친환경 인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존에 있는 소재마저 친환경 소재로 인정받기 어려웠다. 법적 규제나 정책도 당연히 없거나, 모호할 수밖에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최근 환경부에서 생분해 플라스틱의 친환경 인증을 부활시키기로 했다. 그동안 인증을 받지 못했던, 하지만 개발은 됐던 친환경 신기술들이 속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어려웠던 석유화학업계에 간만에 찾아온 단비가 될 수도 있다.
각 기업들은 친환경 사업에 있어 천천히 그러나, 바르게 가고 있을 거다. 탄소중립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데다, 결국 세상을 지켜내기 위해선 이 과정을 밟는 것이 필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역시 더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특히 정부는 소재 개발에 열 올리는 기업들에 대해 지원이나 정책 마련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미 미국, 중국 등 각 국가에선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강화된 규제가 속속 나오고 있다. 뭔가 보여주지 않는다 해서, 상황이 어렵다 해서 손 놓고 있다간 다시 친환경 붐이 일어날 때 시대에 뒤처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