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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일간 라오라 등에 따르면 에콰도르는 22일(현지시간) 8~17시 전국 24개 지방 중 절반인 12개 지방에서 계획 정전을 실시했다. 계획 정전은 원래 23일부터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에콰도르 정부는 전력수급 상황을 들어 계획을 하루 앞당겼다. 에콰도르는 23~26일 22시부터 익일 오전 6시까지 일일 최장 8시간 계획 정전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에콰도르 정부는 계획 절전을 앞당겨 시작하면서 일정 전체(나흘)를 앞당기는 것인지, 아니면 당초의 계획대로 26일까지 닷새간 전기를 끊을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전력 수급 사정이 악화되면 계획이 연장되거나 추가 일정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23일 보도했다.
전력수요의 70%를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에콰도르는 가뭄이 이어지면서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콰도르는 61년 만에 가장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 계획 절전이 앞당겨 실시된 22일까지 최근 71일 동안 에콰도르선 단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았다. 에콰도르는 22일 4개 지방에 물 부족·산불·식량안보 적색경보를 추가 발동했다. 적색경보가 발동된 지방은 기존 15개에서 19개로 늘어났다.
가뭄으로 바짝 마른 산림은 불타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 18일까지 에콰도르에선 산불 1337건이 발생, 최소한 2만3452헥타르가 초토화됐다. 올해 발생한 산불피해는 3만5000헥타르, 부상 11명, 가축 4만5000마리 폐사 등으로 계속 불어나고 있다.
정전도 잦아지고 있다. 현지 언론은 "수력발전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아 지역에 따라 길게는 11시간 동안 정전이 발생하고 있다"며 갈라파고스를 제외하면 정전이 발생하지 않는 곳을 사실상 찾아볼 수 없다고 보도했다.
정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날로 커지고 있다. 에콰도르 산업회의소에 따르면 정력공급이 끊길 때마다 하루 평균 2000만 달러의 산업계 피해가 발생한다. 에콰도르 최대 도시인 과야스주(州)의 주도 과야킬의 상업회의소는 "정전이 발생하면 1시간마다 평균 1200만 달러 꼴로 상업계 피해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잇단 정전으로 연초에만 14억4000만 달러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전력난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4%를 까먹었다는 얘기다.
에콰도르는 지난 1월 에너지 경쟁력에 관한 법을 제정했다. 법을 발의한 정부는 더 이상 계획 절전이 없도록 하자며 발전선을 빌려 가동하는 등 전력공급 확대를 약속했다. 튀르키예에서 임차한 발전선은 지난 9월 시범운전을 시작했지만 에콰도르의 전력 사정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가뭄을 겪고 있는 또 다른 남미국가 콜롬비아가 전력수출을 제한한 것도 에콰도르의 전력난을 가중시킨 또 다른 요인이다. 콜롬비아는 지난달 대통령령을 발동, 에콰도르에 대한 전력수출을 화력발전 잉여분으로 제한했다. 수력발전으로 만든 전력의 수출은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