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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작품은 나름의 재미와 감동을 안겨줬다. 그 중 슈워제네거가 타고난 승부 근성과 영민한 두뇌로 보디빌딩과 영화, 정치 심지어 부동산 투자 등 재테크까지 모든 방면에서 대성공을 거두는 과정을 보면서는 11년전 김지운 감독이 들려준 얘기가 생각 나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할리우드 진출작 '라스트 스탠드'에서 슈워제네거와 호흡을 맞췄던 김 감독은 2013년 국내 개봉을 앞두고 만난 자리에서 슈워제네거와 함께 일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지적인 느낌과는 거리가 먼 인상과 체구 아닌가? (웃음) 그러나 몇 마디만 나눠보면 모든 면에서 엄청나게 머리가 좋고 똑똑한 사람이란 걸 대번에 알 수 있다"라고 답했었다.
40여년전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대륙의 기아 위기를 돕기 위해 미국의 유명 아티스트들이 총집합했던 '위 아 더 월드'의 녹음 후일담 역시 아주 흥미로웠다. 자기 잘난 맛에 살고 콧대 높기로 소문난 대중음악계의 거물들이 서로 눈치만 보다가 다이애나 로스를 시작으로 티셔츠를 들고 다니며 동료들에게 팬이라며 너나 할 것없이 사인을 요청하는 모습은 미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또 마이클 잭슨과 함께 '위 아 더 월드'를 작곡했고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나선 라이오넬 리치가 잭슨과 해리 벨라폰테, 케니 로저스 등 참여한 아티스트들 가운데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선후배들을 담담한 목소리로 그리워하는 장면에서는 주책맞게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우리 연예계와 일정 부분 겹쳐보이는 내용 탓에 뒷맛이 다소 씁쓸했던 다큐멘터리도 있었다. 백스트리트 보이즈와 엔 싱크 등 1990년대 미국 최고의 보이밴드들을 탄생시킨 제작자이면서 대규모 폰지 사기극의 장본인이기도 했던 루 펄먼의 성공과 몰락을 파헤친 '더티 팝: 보이 밴드 사기극'이 바로 그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펄먼이 일종의 '유사 가족'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보이밴드들을 속이고 착취하는 모습이었다. 냉난방 시설 없는 격납 창고에서의 혹독한 연습과 밤낮없이 빽빽한 공연 일정 등에도 펄먼의 대저택에 살며 그를 '빅 파파'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던 이들은 펄먼이 자신들을 속이고 대부분의 수익을 착복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나서도 한동안 믿지 않으려 한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인데 그럴 리 없다'는 이유였다.
연예계를 취재하면서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에게 소속 연예인들과 얼마나 가깝게 지내는지를 물을 때마다 흔히 듣던 한마디, "저흰 패밀리입니다"가 떠올라 쓴웃음이 나온 장면들이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패밀리'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일수록 함께 일한 연예인들과 깔끔하게 헤어지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돈 가로채기는 물론 떠나려는 상대를 향한 비방과 음해, 법적 다툼을 서슴지 않곤 했다. 경험상 그래서 소속 연예인들과의 '정서적 유대' 관계가 돈독하다고 강조하는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은 오히려 잘 믿지 않게 됐다.
그러고 보니 우리 연예계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정작 한 편도 보지 않은 게 조금 마음에 걸린다. 시간 나는대로 가수 남진의 60년 가요 인생을 되돌아본 '오빠, 남진'부터 부지런히 챙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