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고승 원광법사 고증 통해 진영 창작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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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불교계에 따르면 불교미술문화연구소장 홍나연 박사는 오는 23일부터 10월 1일까지 '선명상의 선지식을 만나다'를 주제로 '선명상과 함께하는 선사진영전(禪師眞影展)'을 연다.
조계사 경내에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조계종의 선명상 프로그램의 탄생을 기념하고 오랜 역사속에서도 위기를 극복하고 불법(佛法)을 지켜오며 이고득락(離苦得樂)을 실천한 선지식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고승의 초상을 그린 진영(眞影)은 불보살도와 함께 참배의 대상으로 유구한 역사를 지닌 불교미술이다. 특히 선사의 진영은 사자상승(師資相承)의 증표로 법통의 확인과 수계의 목적, 역대 스승의 체계를 세움으로써 종파와 사찰의 입지를 분명히 하고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널리 봉안돼 왔다.
그러나 많은 전란을 거치며 고승 진영은 대부분 소실됐다. 현존하는 진영들은 조선시대 임진왜란 이후 영·정조기 짧은 시기 대량으로 제작돼 획일적이며 양식화됐다. 이는 불교미술사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다.
이에 홍 박사는 전대의 모방과 도식화된 구습에서 벗어나 현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제작해 선지식들의 면모를 대중들에게 드러내고자 했다. 대표적인 것이 원광법사 진영이다.
홍 박사는 6~7세기 신라 화랑에게 준 세속오계로 잘 알려진 원광법사의 진영을 복원해 이번 전시전에 출품했다. 그는 2022년 동국대 불교학과 박사 학위 논문으로 '원광법사 진영과 그 복원 연구'를 낸 바가 있다. 홍 박사는 이후 출초, 채색에 이르는 과정을 불교교학, 고고미술사학, 불교회화의 전공 심사위원으로부터 검증을 거쳐 고승진영인 '원광법사 진영'을 창작 복원했다.
새로 조성된 원광법사 진영은 가로 95cm, 세로 170cm 크기의 정면의좌상(正面倚坐像)으로 구현됐다. 이는 정면으로 마주하며 배관자의 몰입을 가장 효과적으로 높이는 수평·수직의 구조로, 주존(主尊)을 부각시키고 화면에 여백을 남겨 존상(尊像)의 내면세계를 직관적으로 펼쳐 보이는 고려불화의 선정적인 구도에서 비롯됐다. 원광법사가 '늘 웃음을 머금고 얼굴에 성내는 기색이 없었다'는 공통된 기록을 토대로 잔잔한 미소짓는 얼굴을 그린 것도 특징이다.
또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근대 이후 선불교를 진작시킨 경허선사·혜월·운봉·향곡·진제·동산·석우·경봉·서옹·혜암·전강·석암선사 등 근현대 선지식의 진영도 함께 선보인다. 이와 함께 '수월관음보살도' '양류수월관음보살도' '담소' 등 총 17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개막식은 전시회 첫날인 9월23일 오후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열릴 예정이다.
전시전을 앞두고 홍 박사는 "이고득락을 위한 불교 선수행이 선지식 뿐만 아니라 오늘날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번뇌와 고통을 구제할 수 있는 선명상으로 거듭나 전 인류를 평온과 행복의 길로 인도하는 등불이 되길 간절히 서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홍나연 박사는 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와 불교회화학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에서 불교미술학과 석사, 불교학과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전통진영연구소장, 불교미술문화연구소장, 동국대 불교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총 12회에 걸쳐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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