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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는 우리와 늘 함께 했던 민초(民草)답게 이름도 거의 순 우리말이다. 그 중에서도 '강아지풀'만큼 친근한 이름도 없는 것 같다. 강아지 꼬리를 닮아 이름 붙여진 '강아지풀'은 여름 길가 어디에서나 하늘하늘 꽃 이삭을 나풀거리며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강아지풀'은 우리와 친근한 풀답게 어려웠던 옛 시절에는 먹거리로도 한몫했다. 흉년이 들 때는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강아지풀' 씨앗으로 죽을 쑤어 먹었다. '강아지풀'을 개량하여 작물로 탄생시킨 것이 '조'이니, 그동안 우리 인류에게 큰 기여를 해온 셈이다. 지금이야 문명의 이기(利器)를 한껏 누리고 살고 있지만 궁핍에 시달리던 당시 인간들은 잡초의 생명 연장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척박한 삶을 살았다.
'강아지풀'은 동물의 꼬리와 닮은 모양새로 중국에서는 '구미초(拘尾草 · 개꼬리풀)', 서양에서는 '푸른 여우꼬리(Green foxtail)'라 부른다. 일본에서는 고양이가 좋아한다고 해서 '강아지풀' 이름에 고양이가 들어간다. 그래서인지 요즘 펫 마켓에서는 고양이 필수 장난감으로 모형 강아지풀을 많이 팔고 있다. 일부 애묘가(愛猫家)들이 실제 '강아지풀'을 뜯어 고양이들에게 주기도 하는데 절대 삼가야 한다. 꽃 이삭에 진드기들이 우글거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강아지풀'로 수염놀이, 반지놀이를 할 땐 그런 해충들이 없었던 것 같은데, 세상이 사나워지기는 무척 사나워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