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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르마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멕시코 상원은 11일 새벽(현지시간) 사법개혁안을 찬성 86표, 반대 41표로 가결했다. 이제 32개 주(州) 가운데 최소한 17개 주가 찬성하면 사법개혁 입법절차는 완료된다. 사법개혁안은 법률상 헌법의 지위를 갖고 있어 주의회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현지 언론은 "상원이 사법개혁안을 가결한 당일 오악사카 주의회가 곧바로 회의를 열고 단 6분 만에 사법개혁안을 승인했다"며 주의회 승인 절차가 속전속결로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멕시코 집권여당인 국가재건당(모레나)은 지난 6월 대선과 함께 실시된 총선에서도 크게 승리해 32개 주 가운데 24개 주에서도 사법개혁안 승인에 필요한 범여권 주의회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절차가 완료되고 사법개혁이 시행되면 멕시코의 대법관은 지금의 11명에서 9명으로 축소된다. 임기는 현행 15년에서 득표율에 따라 8~14년으로 단축된다. 일반 판사의 임기는 9년으로 1회에 한해 연임이 허용된다. 법관을 선출하는 국민투표는 2025년과 2027년에 실시될 예정이다. 날짜는 아직 미정이다. 또 대법관의 종신 연금은 폐지되고 법관의 보수는 최고 대통령 급여와 동일한 수준으로 제한된다.
이달 퇴임하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주도한 사법개혁은 처음부터 논란이 많았다. 논란의 중심엔 법관 민선제가 있었다.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측에선 법관을 국민투표로 선출하면 사법부 부패가 심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과의 결탁설까지 돌고 있는 마약카르텔 등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갖추고 있는 범죄단체가 은밀하게 후원하는 법조인을 법관으로 세우려 든다면 사법부를 장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법개혁의 태생적 한계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현지 언론은 복수의 전문가를 인용, "멕시코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90%가 기소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비공식 통계가 있다"며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비효율적인 검찰에 손을 대지 않고 사법부만 개혁해선 사법시스템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사법개혁안은 사법부 내에 징계법원을 설치하도록 했다. 뇌물수수 등 법관의 부정부패를 심사하고 징계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제소 사유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아 부작용 우려가 나온다. 현지 언론은 "제소 사유의 개념적 경계가 애매해 판결 성향 때문에 판사가 심판대에 오르는 사례도 있을 수 있다"며 자칫 마녀사냥처럼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판사와 사법부 직원들은 파업과 시위를 벌이며 사법개혁에 격렬히 저항했다. 상원이 사법개혁안을 처리한 11일에도 수백 명 시위대가 문을 강제로 열고 상원 회의장에 난입해 휴회가 선포되는 등 막판까지 진통은 반복됐다.
사법개혁은 외국인투자자의 불안마저 초래하고 있다. 사법부의 정치화에 대한 불안이다. 국민투표로 선출된 법관들이 엄격한 법 적용 대신 여론이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법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기업들이 멕시코의 사법개혁 추이를 관망하며 약 350억 달러규모의 대(對)멕시코 투자 계획을 보류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한 바 있다.
멕시코 재무연구원(IMEF)은 "사법개혁이 멕시코의 투자 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사법개혁이 비즈니스에서 멕시코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