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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어떻게 지내나.
"안산 그리너스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잘 지내고 있다."
- 1군 감독 대행(7월12~8월10일)으로서 최하위 팀을 잘 수습했다. (2승 2패) 그 과정에서 제일 힘들었던 건 뭔가.
"사실 크게 힘들었던 점은 없었다. 제가 18세 이하 팀 감독을 맡고 있지 않나. 마침 천안에서 고등학교 챔피언십 대회가 열리는 중이라 왔다 갔다 하면서 1군과 고교 선수단을 동시에 관리했는데, 그건 좀 힘들었다."
- 어린 선수를 알아보는 데는 거의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있다. 본인 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글쎄. 전임 지도자 생활을 한 20년 가까이 했는데, 전임 지도자는 어린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것이 주요 직무다. 그러다 보니까 어린 선수들 경기를 자주 보러 다녔다. 자주 보니까 특정 선수들이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데이터가 머릿 속에 그려졌다. 경험에서 오는 직관이랄까 영감도 머릿속에 있는 것 같다."
- 어린 선수를 어느 시간 동안 보면 파악이 되나.
"한두 경기만 보고 파악하는 것이 아니다. 장기적인 관찰을 하다 보면 성장 가능성이라든가 그 선수가 얼마나 노력하는 지가 눈에 보인다. 체형, 기술적인 측면, 인성, 운동 자세 및 태도를 보면 '아, 저 선수는 성장하겠구나'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겠다'는 감이 온다."
- 인성이라든가 태도는 왜 중요한가.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하느냐 안 하느냐,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가 안 하는가, 그런 것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예를 들면 공격만 하고 수비를 헌신적으 로 안하는 선수는 내 기준으로는 축구에 진심이 아니다. 팀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 김진수 선수가 내가 평생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는 송경섭 감독이다'라는 말을 했다. 알고 있나.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떤가.
"예전에 한 인터뷰 같은데, 알고 있다. 정말 행복했다. 지도자로서는 최고의 보람이다. 선수들이 잘 성장해서 좋은 선수가 되면 그것이 지도자에게는 최고의 기쁨이다."
- 김진수 선수는 언제 지도했나.
"12세 부터 발탁해서 17세까지 가르쳤다. 손흥민 세대라고 해야 하나? 2009년 제13회 U-17 나이지리아 월드컵 멤버였다. 이광종 감독님 밑에서 코치를 했 다. 그리고 몇 년 뒤에 감독으로서 준비를 했던 대회가 있다. 2019년 U-15 감독을 맡아 2021년 U-17 월드컵을 준비했다. 8월 베트남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러시아를 6대 0으로 이기고, 9월 미얀마에서 열린 지역 예선을 전승으로 통과했다. 브렌트포드에 간 김지수, 지금 K리그 1, 2에서 뛰고 있는 강상윤, 장석환, 이규동, 김레오 등 멤버가 탄탄했다, 특히 수비 라인이."
- 그런데 본선을 못 갔다. 정확히 말하면 코로나19로 대회 자체가 무산됐다. 대회가 없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느낌은 어땠나.
"페루에서 하기로 했는데 아예 안 열렸다. 너무 안타까웠다. 황당하고 슬펐다. 오랫동안 어린 선수들과 함께 공들여 만든 팀이고, 꼭 나가고 싶은 대회였기 때문이다. 세계대회 한국팀 감독 데뷔는 불발되었지만, 동남아나 외국에서 오퍼가 온다면 꼭 도전하고 싶다."
- 송경섭은 한국 축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전략가라는 평이 있다. 반면에 한국 축구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이상주의적 전술이 가끔 보인다는 얘기도 들린다.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다.
"손꼽히는 전략가라는 말씀은 과찬이다. 이상주의자인 건 맞다.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걸 즐기니까. 제가 말하는 새로운 시도라는 건 하나의 시스템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포지션을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멀티 플레이어, 두 가지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을 좋아한 다."
-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상비군이었는데 올림픽 본선엔 못 갔고, 프로에서는 당시 최강팀인 대우 로얄즈에 갔지만 거의 출장 기록이 없다. 수원 삼성 창단 멤버로 가서도 몇 경기 나서지 못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저는 볼은 잘 찼는데 축구를 잘 하지 못한 선수다. 저 스스로에게 하는 표현이다. 공은 아주 잘 다뤘지만, 팀과 어우러지는 축구는 미흡했다. 기회를 받는 문턱에서 항상 부상에 시달린 점도 크다. 아쉬운 점은 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 태국으로 간 건 본인의 결정인가.
"그때는 또 다른 내부적인 일이 있었고 1996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생각이 많았다. 빨리 어디든 떠나고 싶어서 그냥 홀로 떠났다."
- 태국에선 얼마나 있었나.
"1년 반 정도 지냈다."
- 당시 동남아 축구 프로리그를 직접 경험한 것이 오늘날 큰 도움이 되나.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는 모든 경험은 다 좋은 경험으로 남기 때문이다. 나쁘지 않았다."
- 지금도 태국 축구 관계자들과 연락하나.
"프로 구단에 저랑 같이 선수 생활했던 친구가 있다. 감독님은 돌아가셨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서로 소통은 하고 있다."
-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현재 일에 충실해야지. 안산 그리너스 팀이 뭔가 새로운 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게끔 도움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 지금 안산 구단은 예산이라든가 기타 여러 가지 상황이 다른 구단에 비해서 좀 좋지 않다. 운영 방안이랄까, 장기적으로는 어디로 가야 할까.
"이 부분에 있어서 생각을 많이 한다. 특히 K리그2 팀들은 셀링 클럽이 돼야 한다고 본다. K리그1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중동을 간다든지 일본이나 유럽에 진출 한다든지, 선수를 수출하는 셀링 클럽이 돼야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꾸려서 새바람을 불어넣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한다."
- 안산은 국내 프로팀 중 예산이 가장 적다. 주어진 여건하에서도 얼마든지 셀링 클럽으로서 생존의 길을 도모할 수 있다는 얘기 인가.
"그렇다. 앞으로 자생력 있는 본격적인 셀링 구단이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드리겠다."
△ 송경섭은...
광운전공, 단국대를 졸업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 픽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뽑혔고, 1993년 미국 버팔로 하계 유니버시아드에 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대학 졸업 후 3년 동안 부산 대우로얄즈, 수원 삼성에서 활약했다. 이후 태국 프리미어 리그 락샵에서 선수로 뛰었다. 1999년 역대 최연소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지도자 강습회에 참여하며 지도자 경력을 시작했 다. 이후 14세, 17세, 22세 등 모든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며 20년간 대한 축구협회 전임 지도자로 근무했다. 전남(2016), 강원(2017~2018), 대한민국 U-17(2019~2021) 감독을 역임했고 최근 안산 그리너스 감독 대행을 맡아 4경기를 지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