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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와 영화계, 좀 더 엄밀히 말하면 OTT와 극장업계의 충돌이 처음 벌어졌던 자리는 지난 2017년 제70회 칸 국제영화제였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메이어로위츠 스토리' 등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댄 작품 2편의 경쟁 부문 진출에 대해, 프랑스극장협회는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 넷플릭스 작품이 극장 상영을 원칙으로 하는 칸에 진출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당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이었던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까지 프랑스극장협회의 손을 들어주자, 영화제 측은 "내년부터는 경쟁 부문 초청 자격 조건을 극장 개봉작으로 다시 제한하겠다"며 항복을 선언했다.
칸에서의 이 같은 논란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국내 멀티플렉스 3사가 "홀드백(극장 개봉작은 일정 기간동안 안방극장 공개를 미뤄야 하는 규정)에 어긋난다"면서 '옥자'의 개봉을 거부해, 경기 파주의 명필름아트센터 등 몇 안되는 중소 상영관만 상영한 바 있다.
이렇듯 요즘과 그때를 비교하면 OTT 작품의 영화제 상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된 듯하다. 칸을 제외한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유수의 영화제들은 우리보다 훨씬 빨리 '친(親) OTT'로 돌아섰다. 칸이 OTT를 상대로 다시 문을 걸어잠근 2018년 제75회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넷플릭스가 제작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에 그랑프리에 해당되는 황금사자상을 안겼다. 또 2년전 제94회 아카데미는 애플TV 플러스의 '코다'에 작품상을 수여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영화와 드라마 제작 등 영상 산업의 헤게모니가 OTT로 넘어간지 이미 꽤 됐다. CJ ENM 등 국내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이 경영 부진으로 몸을 사리는 동안 참신한 기획과 완성도 높은 대본도, 톱스타들과 능력 있는 제작진도 모두 돈 있는 OTT를 향해 몰려가고 있다. 따라서 이 와중에 관련 업계와 영화제 등이 칸처럼 그들과 대립각을 세우기란 결코 쉽지 않다. 차라리 손을 꽉 잡고 모두에게 이로운 상생의 묘수를 찾는 게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해결책일 수도 있으므로, '전,란'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올해 BIFF의 결정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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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수준은 아니더라도 우리만의 자존심 혹은 원칙을 지키는 것도 필요하다. OTT와 대등한 파트너십을 형성하려는 영상 산업 종사자들에게는 더욱 절실한 태도다. 지금 당장 제작비 한푼이 아쉬운 이들을 대상으로 무리한 주문일 수도 있겠지만, 형편이 어려울수록 내줄 건 내주면서도 챙길 건 챙기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를테면 돈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우리한테 있다는 걸 늘 명심하면서 현명하고 당당하게 협업에 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