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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문계 교육은 입시지옥과 함께 길을 잃었다. 20대 후반인 기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고교시절 문과생은 '대학 네임밸류' 높이기에만 집중하란 소리를 무수히 들었다. 취업난은 경영학과를 복수전공하면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적성과는 관계없이 이른바 문·사·철에 무작정 뛰어든 친구들이 많았다. 진심이 아니었던 만큼이나 학과 공부에는 '최소한'이고 다른 스펙들을 쌓으며 양산형 인재로 거듭났다. 이제는 이 흐름이 약간 변했다. '이공계열'을 복수전공하라는 것이다.
이처럼 인문계생들이 겪는 취업난은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조롱을 달리하며 역사를 매해 다시쓰고 있다. 누구보다 가정과 사회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달려왔지만 막상 갈 곳은 없는 것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공개한 '2022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약계열(83.1%)과 공학계열(72.4%), 예체능계열(66.9%)의 취업률은 높았지만 이와 비교해 인문계열(59.9%), 사회계열(63.9%)은 평균(69.6%) 이하를 기록했다. 예체능계열은 최근 높은 취업률을 보였지만 일자리의 질로 보면 임금 기준으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다.
취업이 안 되거나 들인 돈·노력에 비해 턱없이 적은 임금을 받게 되니, 직업교육 문을 두드리게 된다. 이미 4년동안 등록금을 냈는데 또다시 교육을 받으라니. 그 누구도 번아웃이 오지 않고는 못 버티게 된다. 이런 비효율과 사회적 낭비가 없다. 문제는 한국의 청년들이 처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인단 점이다. 이 미스매치가 바로 저출산의 주요 원인임에도 누가 해결할 것인가. 통번역 일자리는 인공지능(AI)이 쉽게 대체하고, 회계·법률 전문서비스마저 로보어드바이저 등의 도입으로 인문계생들이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계속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직업계고교에 대한 투자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방향을 잃은 '공부 공부' 외침만 계속되고 있다.
최근 고층 빌딩을 드론을 조종해 쉽게 청소하는 것을 보며, 과거 블루칼라 직종의 양질의 일자리로의 전환 가능성을 더욱 실감했다. 더이상 고층 빌딩 청소직이 '위험하고, 멋 없고, 몸이 힘든' 일이 아닐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단 하나의 사례일 뿐, 수많은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또 하나, 인문학과 예체능에 진심인 친구들도 있다. 정작 이들의 적성을 살려줄 국가의 지원은 부족하기 그지없다. 인문계와 예체능 전공 청년이 가장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는 '문화·관광'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예산안'에 크게 실망한 이유다. 용의 형상을 띤 정부세종청사에서 꼬리가 어딘가 봤더니 문화체육관광부다.
내수가 악화일로라고들 한다. 고금리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것도 있지만, 갈수록 국내에선 지갑을 닫고 해외여행에서 돈을 쓰는 국민들이 많아지는 것에도 원인이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가 잘살아져서만은 아니다. 여행수지가 이 정도로 적자라면, 그만큼 지역관광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반드시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고 구조 개혁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우리나라 관광지 인근엔 우리 본연의 것은 없고 '모텔뷰' '(회색네모 건물) 청사뷰'가 가득하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는데, 그저 '대학 대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