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난 원인으로 올림픽·고금리 대출·세금 등 복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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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현지매체 BFMTV는 3일(현지시간) 파리를 비롯한 일부 대도시에서 월세 매물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심화됐다고 보도했다.
한국과 달리 9월부터 새 학년이 시작되는 프랑스에선 지난 2일 초·중·고등학교와 대학이 일제히 개학을 맞이했다. 그러나 대학생들 중 일부는 주거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정해진 개학일에 등교할 수 없었다. 9월 개학을 앞두고 학생들은 수 주째 자취방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거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경우 학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오피니언웨이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1%는 자취방을 찾지 못해 가족으로부터의 독립을 연기했다. 응답자 중 20%는 독립했으나 비싼 월세 또는 월세 계약 연장 실패로 인해 부모의 품으로 다시 돌아갔다. 응답자 중 12%는 자취방을 찾지 못해 학업을 중도 포기했다고 밝혔다.
같은 면적의 원룸 매물을 작년 신학기와 비교해 보면 올해 원룸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를 이어주는 서비스인 빈스탁에 따르면 지난해 14㎡ 원룸에 335명의 지원자가 몰렸지만, 올해는 566명이 지원해 수요가 70% 증가했다. 12㎡ 규모의 파리 지역 한 원룸엔(월세 615유로, 한화 91만원) 지원자가 무려 1016명이나 몰리기도 했다.
월세 매물난은 비단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북부와 남부 최대 도시인 릴과 마르세유에서도 비슷한 주거 문제가 관찰됐다. 물론 파리보다는 월세 찾기 경쟁이 덜 심하지만, 마르세유의 경우엔 같은 매물에 수요자가 17%, 릴의 경우 21% 늘었다.
프랑스 부동산거래서비스 비앙이씨의 최근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여름을 비교했을 때 월세 매물은 전국적으로 16%, 일부 도시에선 절반으로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 유행하던 때와 비교했을 때 현재 월세 매물의 공급량은 절반 수준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최근 1년 사이 남부 액-상-프로방스 지역에선 월세 공급량이 21%, 보르도에선 25%, 마르세유에선 40%, 리옹·스트라스부르·니스 등지에선 50% 줄었다.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진 교육도시 렌에선 무려 80% 감소했다.
프랑스에서 월세 찾기가 이토록 어려워진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기저엔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깔려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100년 만에 재개최하는 하계올림픽이 있다. 올림픽 특수를 맞아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집주인들이 장기 매물을 단기 매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올림픽은 지난달 11일 폐막했지만, 아직도 프랑스에선 패럴림픽이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따라서 매물이 다시 장기 임대로 전환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이유로는 주택 임대업의 매력 감소가 꼽힌다. 임대용으로 주택을 구입한 소유자들에 대한 세금 혜택이 사라졌으며, 대출이자와 월세 간의 차이로 인한 수익이 줄어들면서 집주인들은 주택을 임대하기보다는 차라리 판매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아울러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에너지 절약법 실시로 인해 주택 난방 시스템 개조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러워진 탓도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3년간 급증한 주택담보 대출이자율도 임대 매물의 공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무주택자들이 높은 이자율로 인해 집 구입을 꺼리면서 기존에 살고 있던 월세 매물에 지속적으로 거주하려는 경향이 생겼다. 따라서 이미 임대된 매물이 임대업 시장으로 다시 나오지 않아 공급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