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금어기가 끝난 후 가을 햇꽃게 판매가 게시되며 대형마트는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였다.
누가 과연 온오프라인 '최저가 왕좌'를 차지하느냐를 두고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하루걸러 하루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롯데마트가 최근 5년 판매가 중 역대 최저인 100g당 893원을 제시한 이후 쿠팡이 100g당 890원 판매를 발표하면서 더 불이 붙었다.
이커머스에 최저가 자리를 빼앗길 수 없었던 롯데마트가 871원을 제시했고, 곧바로 이마트가 수도권 점포를 중심으로 100g당 864원으로 가격을 내렸다. 그러자 또다시 롯데마트가 850원으로 내렸고 1시간도 안돼 이마트가 792원으로 아예 800원대 아래까지 가격을 내린 것이다.
792원으로 쐐기를 박은 이마트는 또다시 경쟁사가 가격 대응을 해와도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절대 '최저가' 만큼은 빼앗기지 않겠다는 필사의 각오다.
과거 '삼겹살데이(3월 3일)' 때에도 경쟁사보다 10원이라도 더 싸게 내놓기 위해 경쟁을 벌였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더 살벌해졌고 필사적이다.
왜 대형마트들은 제살깍아먹기식 가격경쟁에 목을 매게 됐을까.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할인점으로 출발했던 대형마트의 근간인 가격경쟁력에서 이커머스에 점점 밀리게 되면서 설자리를 잃으면서다. 이커머스에 빼앗긴 고객들을 어떻게 해서든 끌어들여 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
경쟁사보다 10원이라도 저렴한 '꽃게'는 일종의 고객을 유인하는 미끼 상품이다. 고객들에게 우리 마트에 와야 할 이유를 주는 것이다. 게다가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는 그 어느 때보다 더하다.
손해를 보더라도 "우리 마트가 가장 싸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준다면 효과는 그 이상이라는 게 대형마트의 판단이다. 고객들이 계속해서 찾아오고 머무는 시간을 늘려야 그나마 매출 증대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초반으로 둔화됐지만 소비심리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물가를 반영한 실질 가계소득이 1년 전보다 0.8% 증가하며 반등했지만 소비지출이 4.6% 증가하며 오름폭이 커지면서 지갑을 점점 더 닫게 하고 있다.
한때 먼 미래의 대비보다는 현재의 즐거움을 추구했던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소비도 이제 불필요한 구매는 자제하고 필요한 물건만 구매해 최대한 만족을 추구하는 '요노(YONO·You Only Need One)'로 이동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부진 돌파구가 없는 한 최저가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10원 전쟁'은 언제든 또 발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