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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고령화 속도가 우려스럽다. 2026년에는 기사 과반이 만 65세를 넘긴다. 반면 20~40대의 기사 비중은 6%에 불과하다. '주 40시간 월급제'(이하 월급제)가 맞물리는 시점이라는 점도 문제다. 월급제는 법인택시 기사의 소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강제하고, 월 200만원의 고정급을 지급하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한 주에 60시간을 운전하면 40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한다.
최근 국회는 지난 8월로 시행 예정이었던 법인택시 월급제를 2년 미루기로 했다. 법인택시 기사의 대량 이탈 상황에서 월급제를 시행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 고령의 기사에게 장시간 근로를 강제할 경우 기존 기사들마저 법인택시 현장을 떠날지 모른다. 경직적이고 장시간 근로가 강제되는 업무에 청장년층의 유입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고령 운전자에게 택시 운행을 의존할 수도 없다.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이 근로시간의 하한이 아닌 상한을 규정해 과로를 방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일한 기준으로 전국에 적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회사가 200만원가량의 고정비와 인건비를 감당하려면 기사 한 명당 최소 월 500만원 이상의 수입이 필요하다. 수도권 중심으로 수요가 집중된 현실에서 이러한 수입이 가능한 지역은 거의 없다. 작년 서울의 기사 1명당 매출은 509만원 정도다. 광역시 단위에서도 300만~400만원에 불과하다. 군(郡) 지역은 300만원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근로시간과 급여를 경직적으로 운영한다면 특정 지역에서는 법인택시가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사업주와 노조가 오랜만에 한목소리로 월급제 시행을 반대하는 이유다.
그동안 택시는 혁신의 도구쯤으로 간주돼 왔다. 플랫폼의 도구였고, 규제 완화의 대상이었다. 누구도 택시 산업 자체를 고민하지 않았다. 월급제 역시 그렇게 탄생했다. 택시업계는 2019년부터 '카풀'(차량 공유)과 '타다'(실시간 차량 호출 서비스) 등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서비스와 극심한 마찰을 겪어 왔다. 급하게 결성된 당·정·업계의 대타협 기구는 정제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결과 택시 산업은 빠르게 붕괴돼 왔다.
문제 원인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 뒤에 감춰졌다. 법 시행 2년 만에 감소한 법인택시 가사 수는 지난 10년 간의 감소분과 맞먹는다. 근로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산업이 성장하는 일은 없다. 기사를 보호하겠다던 규제는 기사도 거부하는 규제로 전락했다. 혁신이라 주장하던 이들과 침해라고 울부짖던 이들 사이의 타협은 '현장을 모르는 입법'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다행히 새로 구성된 국회는 종합 대책을 1년 내 마련하는 조건으로 월급제의 전국 시행을 2년 간 연기했다. 미래의 고민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환영받아 마땅한 결정이다.
이제 바통은 국토교통부로 넘어갔다. 택시 산업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근로자 처우 개선, 회사의 지속가능성, 승객 이용 편의와 만족도 제고 모두 담아내야 한다. 물론 현실로 눈을 돌리면 쉬운 일이 아니다. 소극적인 감차사업, 자가용 증가와 생활 패턴 변화로 인한 택시수요 감소, 기사 고령화로 인한 안전 문제 등 고려해야 할 요인이 너무나 많다.
국토부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각자의 이익을 앞세우기엔 산업의 붕괴가 눈앞에 닥쳐왔다. 택시 산업이 존재해야 법인과 개인, 사용자와 노조, 기사와 승객, 전통과 혁신이 공존할 수 있다. 이젠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모두의 지혜를 모을 때다. 전문가 역시 더 이상 팔짱끼고 바라볼 일이 아니다. 교과서 속 이론을 되뇌어 해결할 수 있는 난도가 아니다.
현장에 뛰어들어 문제를 검토하고, 이론과 접목해 실제 적용할 수 있는 나름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남은 1년은 모두가 실질적인 결과 도출을 위해 함께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국토부가 있다. 교통은 기회로의 불균등한 접근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민생과 직결됨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국토부의 역할이 기대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