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학교 ‘딥페이크’ 피해 500명 넘어…경찰 협조 거부에 처벌도 못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files.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829010016703

글자크기

닫기

박지숙 기자

승인 : 2024. 08. 29. 15:57

전교조 설문조사, 피해 신고 접수 2492건 "국가 재난"
학생이 교사 '딥페이크' 유포 사례도
교원단체, 강력 처벌 및 대책 마련은 물론 국가 차원 신고 시스템, 딥페이크 대응 범국가적 기구 등 촉구
전교조, 학교 불법합성물 성범죄 실태조사 결과 발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학교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접수된 '딥페이크' 범죄 피해 신고가 2500여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학교 구성원은 500명이 넘었다. 이에 교원단체들은 디지털성범죄는 이제 "국가 재난"이라며 피해 현황을 학교 차원이 아닌 범정부 차원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나아가 현재 성교육의 한계를 인정하고 '성평등교육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7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긴급 점검 및 실태조사 결과 "2492건(명)의 신고가 접수됐고, 교사와 학생을 포함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확인한 이가 517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517건 가운데 직접 본인의 불법 합성물을 확인한 피해자는 29명(교사 16명, 학생 13명)으로, 각각 중학교(12명), 고등학교(10명), 초등학교(5명), 유치원(1명), 교육청 산하 기타 직속기관(1명)에 소속됐다. 주변 지인이나 가해자 협박을 통해 간접적으로 피해를 확인한 이는 488명(교사 188명, 학생 291명, 교직원 9명)으로 △고등학교(220명) △중학교(174명) △초등학교(85명) △유치원(6명) △기타(7명) △특수학교(2명) 순이었다.

남성의 딥페이크 범죄 피해도 30% 가까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신고건수(응답자 수) 2492건 가운데 피해자가 여성이라고 답한 이는 1740명(69.8%), 남성 744명(29.9%), 기타는 8명이다.
또 10명 중 6명 이상이 관련 피해에 대해 적절한 수사와 사법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본인이나 타인이 겪은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에 대해 적절한 수사와 합당한 사법처리가 이뤄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아니다'(38.4%)와 '아니다'(23.9%)라고 응답했다.

특히 이날 밝혀진 사례들 중에는 경찰과 학교당국의 안일한 처사로 처벌되지 않고 '합의'를 종용한 일도 드러났다. 1년간 피의자가 특정되지 않다가 최근에야 피의자가 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 교사가 교권보호위원회를 소집하려 했지만 수사기관은 개인정보를 이유로 피의자 정보를 교육청 및 학교, 교사에게 제공하는 것을 거부해 결국 교권보호위원회를 소집하지 못했고, 관련 보호 지원도 받지 못했다.

교원단체들은 이처럼 딥페이크 범죄의 심각성을 외면한 수사기관과 학교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며 강력한 처벌과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또 여성 대상 폭력예방 및 회복지원 예산 대폭 삭감 등의 영향이라고도 비판했다. 학교 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의 신고 접수 시스템과 수사 전담팀, 딥페이크 대응 범국가적 기구 설치 등도 촉구했다.

전교조는 "성범죄에 대한 낮은 형량, 미흡한 수사, 성폭력·성착취를 구조적 문제가 아닌 개별로 대응하는 정책 기조, 여성 대상 폭력예방 및 회복지원 예산 대폭 삭감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포 영상 삭제·충분한 행정 등을 지원하고, 딥페이크 대응 범국가적 기구 설치, 모든 해외 플랫폼이 국내 조사에 협조하는 규정 신설, 가해자에 대한 엄벌(형량 하한선 및 경찰 수사 시 소속 직장·학교 통보), 성평등교육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교사들은 학교 차원에서 학교폭력예방법 등의 절차로는 이 문제에 대응하거나 피해자를 보호·지원하기 어려워 무력감을 느낀다고 호소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대 딥페이크 영상과 관련해 '서버가 외국에 있어 피의자 특정이 어렵다'는 문제 등을 꼬집으며 국가 차원의 신고 접수 시스템과 수사 전담팀 마련, AI와 딥페이크 기술에 대한 청소년 접근 제한을 논의하는 전담 부서 등을 요구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실천교사)도 "이미 오래전부터 음란물 피해에 대한 경종이 울려 왔는데, 교육 당국의 대처는 늑장과 방치 그 자체였다"며 "교사의 행사 사진이나 졸업 앨범 사진을 활용한 유사 사례가 과거에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딥페이크 범죄와 'N번방' 등 음란물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텔레그램에 강력한 조처를 하라"며 "정보기술 전문가 등으로 대책반을 구성하고 범죄 행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해 모든 가해자가 법적인 처벌을 피하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박지숙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