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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꾸준히 밝혀 온 만큼, 이르면 올 4분기엔 전기요금 인상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한전의 누적적자가 40조원 이상이고 총부채가 200조원을 넘어서다. 시멘트업계 입장에선 만능 카드 한 장을 손에 쥐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전기요금 인상폭에 따라 시멘트 가격 인상폭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가 전기요금이 오르면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만큼, 30여 중대형 건설사의 구매 담당자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와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볼 수 있다. 전기요금이 시멘트 제조원가에 30%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시멘트 가격 인상 시 레미콘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 시멘트가 레미콘 제조원가의 40%에 이른다.
현재 건자회가 건설경기 악화, 유연탄 가격 안정화 등을 이유로 시멘트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안 장관의 전기요금 인상 시기 발언 이후엔 시멘트업계가 오히려 '가격 인상'을 더욱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공사비 정상화 명목으로 콕 찍어 '시멘트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데, 시멘트업계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대응논리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시멘트업계가 생각해봐야 할 점은 건설·시멘트·레미콘업계가 공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경기 악화는 이미 수치로 나와 있는 상태다. 아파트 착공 감소세 여파로 인해 한국레미콘공업협회 기준으로 전국 레미콘 출하량은 1억 4134만㎥(2022년)에서 1억 3583만㎥(2023년)로 약 3.9% 줄었다. 2012년(1억 2826만㎥)에 이어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협상 파트너와의 관계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쉽게 표현하면 시멘트 가격 인상을 요구하되, 적정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일방에게 모든 부담을 지게 해선 안 된다.
건설업계가 시멘트·레미콘 없이 건물을 지을 수 없듯이, 시멘트·레미콘업계가 내수 중심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제품을 수출하는 업체도 있지만 전체 실적에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무엇이든 과정이 필요하다. 하물며 공생해야 하는 사업 파트너들이 있다면, 순리대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