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치필릭’은 실수, 오류 등을 의미하는 ‘글리치(Glitch)’와 애호가의 의미인 ‘필릭(-philic)’을 결합한 뜻이다. 이번 전시는 ‘2023 수림아트랩 신작’ 전시 《네 가지 도구》(2023, 김희수아트센터)의 연장선상으로, ‘2024 수림아트랩 재창작’에 선정되어 새롭게 선보이는 전시이다.
《네 가지 도구》(2023, 김희수아트센터)에서 이수지 작가는 작품의 위치에 놓인 도구를 과정 중과 현재 진행 중의 시점으로, 임휘재 기획자의 글을 함께 배치하며 창작자와 도구의 공진화는 물론, 예술가와 기획자의 공진화 모습을 선보였다. 지난 전시가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던 반면, 이번 《글리치필릭》에서는 창작 과정 이후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글리치필릭》에서 이수지 작가는 도구 만들기의 과정을 뒤로하고 결과물에 집중하면서 발견되는 ‘글리치’에 주목한다. 실수와 오류에 둘러싸인 채 발견한 통제하지 못하는 긴장과 갈등, 그리고 그로부터 탄생하는 미감과 태도에 집중한다. 이는 과정과 결과의 구분 (불)가능성, 즉 다양한 불일치로부터 발생하는 작가의 잠재적인 에너지의 맥락으로 펼쳐진다.
전시는 3개의 층으로 구성된다. 수림큐브 입구를 들어서면 처음 만나는 1층의 방 2개는 각각 ‘글리치(Glitch)’와 ‘버그(Bug)’의 숨은 의미로 나눠진다. 두 공간 모두 《글리치필릭》에서 선보이는 ‘결과물’이 위치한다는 점은 같지만, 작가의 다른 태도로 구분된다. 이수지 작가가 고민하는 작품 완성 승인과 공개 허가, 그리고 끝의 메커니즘에 있어서 태도와 작품을 선별한 방식을 유추하고 염탐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지하 공간에는 이번 전시의 기반이 된 지난 전시 《네 가지 도구》의 일부가 그때의 전시 언어 일부를 간직한 채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한편에는 ‘네 가지 도구’ 중 여전히 유효한 ‘세 가지 도구’가, 다른 한편에는 기획자의 새로운 글이 전시되어 약 1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변형되고 폐기되거나 보존된 물질과 비물질의 얽힘이 나타난다.
마지막 2층은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준비되었다. 관람객은 전시장 벽 사방에 박힌 못에 실을 연결해 볼 수 있으며, 2층 공간은 전시가 지남에 따라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 불가능한 관람객 참여와 함께 변화하며 완성되어가는 ‘글리치 생산소’가 된다.
《글리치필릭》 지난 26일부터 10월 15일까지 휴관일을 제외하고 12시부터 18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자세한 전시 정보는 수림문화재단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