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당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고대영 KBS 사장, 강규형 KBS 이사 해임 건에 대해 이 건이 위법하게 진행됐음에도 법원은 '집행 부정지' 원칙에 따라 해임 집행정지 가처분을 모두 기각했다. 본안 소송에서 비로소 해임을 취소했다. 당시 법원은 "잔여임기가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해임으로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번 재판부는 가처분 신청자들의 임기가 이미 만료됐음에도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상식에 반하는 판단을 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방통위가 새로 임명한 방문진 이사진 6명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취임할 수 없게 됐다. 본안 소송은 적어도 2~3개월 걸릴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임기가 만료된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김기중·박선아 이사 등 3인의 임기가 더 연장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는 실질적으로 국민의힘에서 비판하는 것처럼 "사법부가 행정부 인사권을 침해하고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정치적' 판결을 내리면서 법원은 방통위는 5인체제인데 2인체제에서 결정한 것은 법적 효력이 없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삼권분립을 존중하고 판례와 법원의 일관성을 통한 신뢰를 존중했다면 이렇게 판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방통위가 2인체제로 변칙 운영돼 온 것도 야당이 지난 2년 가까이 야당 몫 방통위원 2명을 추천하지 않고, 여당 몫 1명도 국회에 상정해 주지 않은 탓 아닌가.
이번 판결을 통해 MBC사장의 교체까지 막은 강재원 부장판사는 대표적인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선임의 효력 발생을 막은 이번 판결은 과거 유사한 재판과 완전히 다른 판단을 내렸다. 판사 성향에 따라 판결이 180도 오락가락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법원의 정치화는 사법부의 신뢰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법원은 앞으로 진행될 가처분 항고심이나 본안 소송에서 이중 잣대의 '정치적 판결'이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