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파업은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나 의료공백이 심각한 상태에서 벌어져 의료계가 대혼란에 빠질 우려가 크다. 전국 61개 의료기관 간호사, 의료기사, 요양보호사 등 2만2000여 명이 파업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한양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8곳, 국립중앙의료원 등 전국 공공의료기관 26곳이 파업에 나서는데 이들 병원에서 진료가 차질을 빚으면 다른 병원들이 과부하가 걸리고, 진료 마비 사태가 올 수 있다. 28일까지 간호법이 국회에서 처리돼야 하는데 절박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간호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노력보다 각자 자기들 논리만 편다. 민주당은 PA 간호사 업무 범위가 너무 넓고 불확실하다며 법 통과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현장 상황이 불규칙하므로 시행규칙으로 정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간호법을 통과시킬 마음만 있다면 법안이든 시행령이든 문제가 되지 않는데 여야는 기싸움에만 골몰한다. 7월 기준 PA 간호사는 1만6000명에 달한다. 정부도 뾰족한 대책 없이 응급·중증 필수 진료에 차질 없게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여야 및 현장 의견을 기초로 중재안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한쪽이 양보하지 않는 한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 보건의료노조 요구사항 중 쉽게 해결될 사안이 없는 게 더 문제다. 진료 정상화는 전공의가 돌아와야 해결된다. PA 간호사 역할이 커지면 의사들이 반발하는데 이 역시 과제다. 임금을 보건의료노조만 6.4%나 올리긴 어렵다. 간호사 등 인력 확충도 병원은 반대다. 여와 야, 노조와 병원, 노조와 정부 사이에도 생각이 달라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
이유가 뭐든 29일 파업은 막아야 한다. 지금도 의료공백이 큰데 간호사, 요양보호사, 의료기사들까지 파업하는 게 말이 되나. 파업을 해결할 기관은 정치권밖에 없다. 밤을 새우더라도 PA 간호사의 업무 기준을 만들어 간호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절박한 순간에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 파업으로 의료현장이 혼란에 빠진 후 간호법을 제정해봐야 너무 늦은 대처라서 의미가 크게 퇴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