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1일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포럼'에서 언급한 축사의 한 구절이다. 이 대표는 당시 "평화가 가장 비용이 덜 드는 확실한 안보 정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포럼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어록 중 하나인 "기적은 기적적으로 오지 않는다"를 소개하며 "(김 전 대통령의) 말씀처럼 현재 우리가 마주한 위기도 노력과 행동 없이 절대 기적적으로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통일 분야의 중요성을 피력한 것이다.
이 대표 발언처럼 '평화'를 핵심으로 한 '대북 온건 기조'의 통일 노선은 우리 정부가 항상 숙지해야 할 부분이다. 다만 이 같은 이 대표의 대북 메시지와 달리 민주당에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 및 관심이 예전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18 전당대회를 거쳐 출범한 이른바 '이재명 2기 지도부' 인선에서 유추할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 발언을 종합할 때 현재 이 대표는 자신의 '2기 지도부' 인선을 사실상 매듭지었다. 진성준 당 정책위의장 유임을 비롯해 당 전략기획위원회 위원장에 천준호(재선) 의원을 배치하며 정책 분야에 무게감을 실었다. 또 당 조직사무부총장에 황명선(초선) 의원을, 당 디지털전략사무부총장에 박지혜(초선) 의원, 당 대외협력위원장에 김현정(초선) 의원, 대변인에 한민수(초선)·황정아(초선) 의원 등을 추가 임명했다.
2기 지도부를 구성한 민주당 인사들은 모두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그러나 이번 인선에선 '대북통'으로 불릴 인사들 중 요직에 배치된 경우가 미미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실제 진 정책위의장은 당내 '전략통'으로 불리고,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천 의원은 국회 입성 전 박원순 서울시장 비서실장·기획보좌관을 지낸 '행정통'이다. 이렇다 할 '대북통'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는 이 대표가 '김대중 탄생 100주년 포럼' 때 언급한 발언과 궤를 달리하는 행보로 보인다.
민주당 입장에선 당 전략기획위원회 상황실장을 겸하는 수석부위원장직 2석에 정을호(초선)·박선원(초선) 의원을 각각 임명한 점으로 항변할 수 있을 듯하다. 정 의원은 한반도전략연구원 전략연구실 부장을 역임했다. 박 의원은 국가정보원 제1차장을 역임한 당내 '대북통'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다만 정 의원과 박 의원과 같은 당내 대북통이 부위원장직을 맡았다는 점에서 언급한 문제를 완벽하게 보완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마침 민주당은 당 상설위원회 중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의 의장을 올해 하반기 교체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의장은 윤호중(5선) 의원이 맡고 있다. 향후 윤 의원의 바통을 누가 이어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 후임 인선에 따라 민주당의 대북 관심도를 향한 여론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