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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상가건물 임대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차인이 현 사업장을 계약기간 중 양도할 경우 권리금을 받을 예정인 비율은 57.4%로 조사됐다.
권리금 거래에 대한 중개는 공인중개사의 전통적인 업무 영역이었다. 하지만 권리금이 공인중개사법에 따른 중개대상물이 아니라는 판례(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5도6054 판결)와 공인중개사가 권리금 거래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행정사법 위반이라는 판례(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4도1766 판결)가 나오면서 국가의 전문자격사인 공인중개사와 행정사 간 업무영역에 대한 충돌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공인중개사 등 부동산 거래 전문가가 아닌 자들에 의해 중개계약보단 컨설팅·용역계약 등의 형식으로 주로 이뤄지고 있는 데다, 보수에 대한 규정도 없다 보니 거래 당사자가 과다한 비용을 부담하는 등 소비자 보호 문제도 지속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판례대로라면 권리금 거래에 대한 중개는 공인중개사가 하고, 권리금 거래계약서는 행정사가 작성해야 한다. 하급심 판례는 "임대차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와 실질적으로 권리금 계약서를 작성하는 행정사가 같은 날, 같은 자리에 모여 동시에 각자 담당하는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거래 실무나 소비자의 관점이 무시된 '탁상행정'이다.
권리금 거래에 대한 법제도화 미비가 '탁상행정' 원인으로 작용했다. 당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 권리금을 제도화하며 표준계약서·평가 기준을 공인중개사법 소관 부서인 국토교통부가 마련하도록 규정한 것은 권리금 거래가 공인중개사의 업무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미뤄볼 수 있다. 이에 발맞춰 국토부도 권리금 거래 중개를 공인중개사법에 규정 및 제도화했어야 했다.
정부가 권리금을 중개대상물로 규정해 법제화할 경우 권리금 거래를 하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통상 컨설팅 업체들은 보수를 많이 받기 위해 권리금을 높게 책정하고, 이를 신규 임차인 및 추후 다른 임차인에게 떠넘기곤 한다. 이는 신규 영업 희망자에 대한 진입 장벽 및 영업 부진 시 폐업 촉진 등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개 의뢰인이 제시한 금액에서 초과한 금액을 중개업자가 수수료로 취득하는 이른바 순가중개계약 체결 가능성도 있다. 권리금 법제화가 이들 행위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권리금 거래 당사자의 피해 예방 및 구제 등 소비자 보호에도 충실을 기할 수 있게 된다. 공인중개사의 중개대상물 확인·설명 의무가 적용되고, 손해배상 책임 보장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법 제30조에 따르면 법인 공인중개사는 중개업무 개시 전 4억원, 개인은 2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책임 보장을 위한 공제 가입 등 조치를 해야 한다.
또 권리금 중개 및 권리금 거래와 결부된 임대차 계약서를 공인중개사가 작성하고, 권리금 계약서 작성 시 행정사를 불러야 하는 소비자의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인중개사가 권리금 거래 중개, 임대차계약 중개, 임대차 계약서 작성을 한 번에 진행할 수 있게 돼서다. 부동산 전문가의 거래 서비스 제공에 의해 거래 당사자 간 갈등뿐 아니라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 방해 등과 같은 분쟁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권리금 중개에 대한 보수도 법정되면서 소비자의 권리금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같이 공인중개사가 권리금을 중개하고 행정사가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 소비자는 보수를 이중으로 지불해야 한다.
국토부는 권리금 중개에 관한 법제화를 적극 서두를 필요가 있다. 소비자보호 장치를 강구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국가전문자격사 간의 업무영역에 대한 충돌도 조정해야 한다. 국민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게 함으로써 권리금 거래시장의 안정화 및 건전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