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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파리올림픽 테니스와 복싱 종목 경기가 치러진 롤랑 가로스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인 프랑스인 말로 탕기 씨(27)를 만났다. 평소 축구·마라톤·비치발리볼 등 스포츠를 즐기는 그는 자국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 자원봉사자에 부푼 마음으로 지원했다. 2023년 2월부터 모집한 자원봉사자 선발엔 무려 30만명의 지원자가 몰려 화제를 모았다.
말로 씨는 올림픽 개막 두 달 전까지도 조직위원회로부터 합격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기존 합격된 자원봉사자가 봉사활동을 사전 포기하면서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극적으로 자원봉사팀에 추가 합격된 그는 꿈꿨던 파리올림픽 자원봉사자가 될 수 있었다.
다행히 직업이 초등학교 특수교사라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 여름에 두 달 간의 휴가가 있었다. 아울러 파리 근교에 가족이 거주하고 있어 숙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 '진흙 경기장' 롤랑 가로스에서의 특별한 경험
말로 씨가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롤랑 가로스 경기장은 매년 5월 말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프랑스오픈(French Open)'이 열리는 곳이다. 이곳이 나머지 3개 메이저 대회 경기장과 다른 점은 바로 바닥이 붉은 색 벽돌 가루로 덮여있다는 점이다.
그는 스포츠 애호가인 부모의 영향으로 이미 롤랑 가로스에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방문한 적 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관중으로 경기장을 방문하는 것과 자원봉사자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출입하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롤랑 가로스에서의 자원봉사 장점에 대해 그는 '라파엘 나달 등 유명 테니스 선수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 '내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봉사 활동을 한다는 자부심' '올림픽을 사랑하는 다국적 자원봉사자들과의 교류' 등을 꼽았다.
말로 씨가 속한 자원봉사자 팀엔 여름휴가를 올림픽 자원봉사에 전부 소진한 미국인도 있고 남미에서 온 팀원도 있다. 연령대도 20대부터 은퇴한 60대까지 다양하다. 그는 "올림픽 관련 경험이 풍부한 자원봉사자도 있는데 이 중에는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봉사 활동을 한 팀원도 있다"고 밝혔다.
물론 하루 최대 12시간 동안 야외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 힘들 때도 있다. 말로 씨가 올림픽 자원봉사자로서 꼽은 아쉬운 점은 바로 '날씨'다.
그는 "롤랑 가로스의 경우 바닥이 진흙이라 비가 오면 테니스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 그래서 특정 요일, 특정 시간 진행되는 경기를 보기 위해 올림픽 티켓을 구입하고 설레는 맘으로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무기한 대기하거나 대체된 경기 일에 다시 경기장에 방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휴가를 내고 찾은 관람객도, 경기만을 위해 당일치기로 파리를 찾은 관람객도 있다. 그러나 우천으로 경기가 연기되거나 취소됐을 때 얼굴에 실망감이 가득해진 관람객을 보는 것이 조금 마음이 아프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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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씨는 올림픽 현장에서 봉사하며 기억에 남는 일화로 미국인과의 대화를 꼽았다. 그는 "자원봉사자 유니폼으로 지급된 물품 중 하나인 챙모자가 마음에 든다며 한 미국인 관람객이 자신에게 팔라며 30유로를 제시해 당황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고생한다며 격려해준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그는 "일이 늦게 끝나 밤 10시가 넘어 귀가하고 있는데 한 독일인 부부가 오늘 롤랑 가로스에 갔었다며 자원봉사자들 고생한다고 격려해주셔서 길었던 하루가 아름답게 마무리됐다"며 옅은 미소를 띠었다.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치러지는 파리올림픽에 동원된 자원봉사자의 규모는 4만5000여명이다. 자원봉사자들은 최종 선발 이후 온라인 교육을 받았으며, 개막식 3개월 전엔 파리 라데팡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규모 출범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자원봉사자들은 경기장 내외부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이 도보로 접근하는 경기장 부근과 주변 지하철역 등에서도 관람객을 안내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의 폐막식은 오는 11일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