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곡·스타일링·소품 등으로 Y2K 감성 극대화
이혜리, 박세완 등은 그 시절 인물들을 매력있게 그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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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는 노스트라다무스가 세계 멸망을 예언한 1999년,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거제의 댄스 콤비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는 학교에 댄스 연습실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에서 전학 온 치어리더 세현(조아람)을 내세워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든다. 정식 동아리로의 승격을 위해 오디션을 열어 부원을 모집하고, 그렇게 각양각색의 9명의 멤버들이 모여 '밀레니엄 걸즈'가 탄생한다.
영화의 배경이 배경인 만큼 과거의 히트곡들을 만날 수 있다. 미나와 필선이 댄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춤을 연습하는 장면에선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김원준의 '쇼', 듀스의 '나를 돌아봐' 등 1990년대 당시 유행했던 음악들이 흘러나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또 딱풀로 붙인 앞머리, 통 큰 바지 등으로 스타일링을 고증하고 당시 유행하던 다마고치, 삐삐 등의 소품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밀레니엄 걸즈'가 서로를 찍는 캠코더 화면 비율과 필터도 Y2K 감성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고 '빅토리'에 향수만이 있는 건 아니다. 영화는 여름에 걸맞은 시원하고 청량한 에너지를 선사한다. 맑은 하늘 아래 빨간 트랙에서 치어리딩을 하는 '밀레니엄 걸즈'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관객 모두를 응원한다. 그리고 '밀레니엄 걸즈'가 탄생하고 함께 하는 과정은 공감을 준다. 각자의 개성과 가진 이들이 하나가 되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지만, 그것을 완성하고 이뤄냈을 때의 감동은 크게 다가온다. 우리의 학창 시절 뿐만 아니라 이 사회를 작게 그려낸 것 같은 느낌이다. 영화는 이러한 이야기를 '치어리딩'이라는 소재를 통해 영리하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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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도 힘 있게 극을 이끈다. 그는 '응답하라 1988'의 '덕선'과 비슷한 시대 배경을 가진 '필선'으로 분했다. 필선에게는 덕선이 가진 밝은 에너지도 있지만 당차고 자신감 있는, 털털한 모습은 걸크러시를 느끼게 한다. 필선과 아버지(현봉식)의 대화 장면은 이혜리의 실감나는 감정 연기로 깊은 감동을 전한다. 또 그룹 걸스데이 출신답게 힙합 장르부터 치어리딩까지 다양한 춤을 소화한다.
신인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점도 돋보인다. 소희(최지수), 순정(백하이), 용순(권유나), 상미(염지영), 유리(이한주), 지혜(박효은)는 9명의 동아리 부원 모두가 개성 있는 학생으로 인식되게 한다. 이들은 각양각색의 매력을 뽐내며 영화에 신선함을 더한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을 통해 관객은 영화가 이끄는 감정대로 흘러간다. 배우들이 웃을 땐 함께 행복하고 눈물을 보일 땐 함께 슬퍼진다. 그러면서도 후반부 '밀레니엄 걸즈'가 웃으며 치어리딩하는 장면은 이상하게 가슴 한켠이 찡해진다.
가벼운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영화는 우리네 학창시절뿐만 아니라 당시 거제에서 일어난 부조리했던 노사관계에 대해서도 다루며 고질적인 한국 사회의 문제를 꼬집는다. 청춘을 지낸 어른이어도 삶이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상기시킨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함께 헤쳐나가는 가족과 친구가 있다는 것도 동시에 말해준다. 힘들고 지친 이들에겐 분명 위로가 될 만한 메시지를 전한다.
오는 14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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