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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슬프게도 우리 사회는 이러한 산업화 시대의 주역이던 노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갈수록 인지력과 자력 생활이 불가능해지는 이들을 수용할 지원 제도나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노인복지시설 총 8만9698개소, 입소정원 35만8447명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현 정부가 노인복지시설에 관심을 갖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대응하겠다고 나선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단순 시설 확충보다 더 시급한 게 노인 문제에 대한 보다 근원적, 시스템적 접근이다. 우선 각 부처로 흩어져 있는 관련 업무와 혼란스러운 용어의 문제다. 노인 거주와 돌봄, 요양 등은 각기 독립된 영역이라기보다 생애주기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일괄 흐름이다.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심지어 고용노동부에 이르기까지 관련법에 따라 업무가 세분되어 있다. 이러한 부처 칸막이로는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양로원, 요양원, 요양병원, 노인복지주택, 시니어 주택, 돌봄 센터 등을 수요자가 알기 쉽게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두 번째 과제는 노인 돌봄에 대한 한국형 콘셉트를 다시 짜는 것이다. 노인복지주택이나 요양시설만 해도 그렇다. 단순히 분양이냐, 임대냐가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수요자인 노인을 어디서, 어떻게, 체계적으로 케어할 것인가를 치밀하게 시스템적으로 계산해서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딴 산속이나 도시 외곽에 집단화하는 게 과연 합리적인가를 되짚어봐야 한다.
현대판 고려장으로 시설 입소를 아주 혐오하거나 눈물까지 흘리며 입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능한 한 건강하게, 그리고 병들어도 정든 지역에서 마지막까지 안심하게 거주하는 이른바 AIP(aging in place)나 AIC(aging in community) 개념을 모토로 거주와 돌봄 서비스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
여가활동이나 일자리 등도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마을과 동네가 효율적이다. 자녀들 처지에서도 지역 내 함께 거주하는 게 심적, 물질적 부담이 적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이나 학교, 자원봉사센터 등을 중심으로 지역자원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요구된다.
세 번째로는 미래지향적으로 시설 확충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노인 관련 시설은 하이엔드(high-end) 급을 비롯해 중산층, 취약계층 등 3개 계층으로 분류해 볼 수 있는데 수억 원대의 보증금과 월 임대료가 소요되는 하이엔드 급 복지주택은 철저하게 시장에 맡기면 된다. 롯데 시니어타운이나 건대 스타시티가 대표적이다.
또 취약계층은 정부가 전적으로 공적 차원에서 공공임대주택 등을 통해 시스템화해 나가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산층이다. 민간과 시장의 영역을 빌리는 게 중요한데 우선 정부가 확대 건설을 추진 중인 민간 임대주택에 이러한 기능을 확대 부여하는 검토가 필요하다.
민간 임대주택은 국내 처음으로 청소를 비롯해 빨래 등 생활 지원 주거서비스를 받아들인 주거 유형으로 중산층의 좋은 노후 주거시설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수억 원대의 보증금이나 수백만 원씩의 월 생활비가 필요치 않고 자가 주택을 임대 주거나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충분히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설 확충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협업을 통해 관념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웨딩홀을 비롯해 학교, 호텔 등을 유휴시설 등을 요양시설로 용도전환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또 임상이 훼손된 개발제한구역까지도 풀어 미래지향적으로 시설 확충에 나서야한다. 서울 서초구 사례에서 보듯이 의례적인 국토전략으로는 초고령사회에 대응할 수 없다.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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