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구직 정보 디지털 취약 계층인 고령자 접근 취약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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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까지 아파트 경비로 일했다는 이민희씨(76)는 반년이 넘도록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사람들이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잘 찾지 않는다"며 구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씨는 인근 취업지원센터도 이따금 방문하지만 마음에 꼭 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기 일쑤다.
이씨는 물류센터 단기 아르바이트라도 해보려 올해 3월 취업 사이트 가입을 시도했다. 이씨는 "이름과 전화번호까지는 무사히 넘어갔는데 주소를 정확히 쓰라 하고 문자 암호를 보이는 대로 적으라고 했다. 그때부터는 손도 못 댔다"며 "워크넷·고용24 등 정부 사이트는 인증서까지 요구했다. 앞으로 인터넷으로는 일자리를 알아보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이씨처럼 일자리를 찾는 노인이 늘어나는 가운데 디지털 취약 계층인 고령자들이 온라인상에서 일자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30일 고용노동부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 정보 사이트 '워크넷'에 올라온 신규 구직 건수는 총 477만6288건으로, 이 중 95만9602건(20.1%)이 60세 이상의 구직이다.
60세 이상의 구직 건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로, 지난해의 경우 3년 전인 2021년과 비교했을 때 5.7%가량 증가했다. 이에 인터넷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들의 경우 구직 활동에 더 제한이 생길 전망이다.
실제로 워크넷·정부24와 같이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 정보 사이트에서 구직 신청을 하려면 △회원가입 △인증서 로그인 △온라인 이력서 작성의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평소 컴퓨터 활용 능력이 높지 않다면 본인 인증, 주소지 확인을 요구하는 회원가입 절차도 제대로 치를 수 없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김모씨(84·여)는 "국민학교까지만 나와서 컴퓨터는 영 젬병이다. 휴대전화로도 어디(워크넷에) 가입하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노인회가 노인복지관·경로당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고 있지만 고령 구직자가 온라인으로 구직 활동에 이를 정도로 컴퓨터 활용 능력을 쌓긴 쉽지 않다. 대한노인회 취업본부 관계자는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교육 효과를 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워크넷에 구인 정보가 많은 것을 알아도 어르신들에게는 오프라인으로만 구직 안내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취약 계층인 고령자를 위해 온오프라인 구직 지원 확대에 더불어 정부·지자체의 적극 행정을 요구했다. 문용필 조선대학교 행정복지학부 교수는 "보건복지부의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처럼 고령자 일자리를 위해 오프라인 구직 방법을 다방면으로 안내해야 한다"며 "동시에 온라인으로도 디지털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지원해야 한다. 고령층 일자리 문제에 정부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