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은 방문진법 개정안 통과 직후 곧바로 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도 상정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방송 4법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은 EBS법도 같은 절차로 통과시키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방송 4법은 민주당 등 야당의 법안 상정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24시간 이후 토론 종결권을 통한 야당의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야당 단독 처리 수순으로 되풀이되며 하나씩 처리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방송 4법을 공영방송을 영구 장악하려는 민주당의 '방송장악 4법'으로 규정한 만큼 EBS법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방송 4법 개정안은 KBS, MBC, EBS의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로 돼 있다. 여야 모두 방송 4법을 둘러싸고 의견차를 전혀 좁히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정국 파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는 한 타협은 어려워 보인다. 여당은 MBC의 편파방송을 막겠다며, 야당은 방송에 재갈을 물리는 일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이례적으로 3일 동안 실시한 것도 바로 방송 4법 처리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더해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돼 임기를 시작할 경우 MBC 구조 개혁 등에 적극 나설 것이라면서 그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청문보고서를 부정적으로 내겠다고 벼르고 있기도 하다.
여야가 민감한 현안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야당이 방송 4법 강행 처리, 과도한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강행 등 무리수를 두는 것은 우리 언론과 국가 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법안 상정-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등 일련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대승적 차원에서 협의와 조정을 거쳐 수용할 것은 받아들인다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불필요한 정쟁과 특정 목적을 위해 최소한의 규칙까지 도외시해서는 곤란하다. 방송 4법 강행과 이 후보자 발목 잡기 등은 MBC를 비롯한 방송을 계속 장악하겠다는 야당의 의도를 그대로 투영하는 것이다. 야당의 과도한 무리수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귀결되는 게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