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국제사회, 베네수엘라 국제무대 복귀에 의문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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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AP통신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식투표 종료 후 약 6시간이 지난 29일 0시 10분께 "개표율이 80% 가량 진행된 상황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51%의 득표율로 44%를 얻은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를 제쳤다"고 발표했다.
엘비스 아모로소 선관위원장은 개표 결과 발표와 관련해 "이는 전국 투표함의 80%를 집계한 것으로 2위 후보와의 득표율 차이를 볼 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라며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사실상 못박았다. 이로써 2013년 처음 대권을 잡은 마두로 대통령은 3선에 성공하면서 내년부터 2031년까지 6년 더 베네수엘라를 이끌게 됐다.
또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1999년부터 25년간 계속돼온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 좌파 정부의 집권 기간도 32년으로 늘어나게 됐다. 차베스 전 대통령 이름에서 유래한 중앙집권적 민족주의 포퓰리즘 성향의 사회주의인 이른바 '차비스모' 체제의 30년 넘는 장기독재 틀이 완성된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수도 카라카스의 버스 운전사 출신으로, 노조위원장을 지내다 1992년 쿠데타 실패 후 수감된 차베스 구명 운동을 펼치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그는 1999년 제헌의회 의원으로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이듬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차베스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국회의장(2000∼2006년)을 지내면서 영향력을 키웠다.
2013년 사망한 차베스 전 대통령에 이어 PSUV 좌파 정부를 이끌어온 그는 최저임금 60% 인상, 식료품 쿠폰 살포 등 전임자보다 더 강력한 포퓰리즘 정책 남발로 베네수엘라 경제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었다. 특히 야권의 불참 속에 반쪽짜리로 치러진 2019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후부터는 공공연하게 반정부 인사를 탄압하는 등 정권 기반을 공고히하는 데에만 주력해 민심을 잃었다.
이번 배네수엘라 대선은 마두로 대통령의 3선 도전과 이를 저지하려는 '반(反) 마두로' 전선 간 대결 양상으로 진행됐다. 베네수엘라 야권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피선거권이 박탈된 '철의 여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대신해 외교관 출신인 우루티아를 후보로 선거에 임했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이 과반 이상 득표율로 승리했다는 베네수엘라 선관위 발표는 전날 공개된 서방 언론의 출구조사 결과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야권과 국제사회 등에서 부정선거 의혹 제기와 대선 결과 불복 움직임이 일어나는 등 큰 혼란에 빠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투표 종료 후 야권 후보인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가 65%의 예상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출구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예상 득표율은 31%에 그쳤다.
야권은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의 중재로 이뤄진 회담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었다"며 "이번 (불공정한) 선거결과는 베네수엘라가 국제무대로 복귀하는데 국제사회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내년 1월 10일 새로운 임기 6년을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