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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줄이 길어서 이미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지만, 아무래도 복날 하면 생각나는 게 삼계탕 아니겠습니까."
'중복(中伏)'인 25일 41년의 전통을 이어온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 가게엔 오전부터 '이열치열' 무더위를 극복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종업원들은 펄펄 끓는 삼계탕이 든 뚝배기를 나르느라 분주했고, 손님들은 땀을 닦아가며 뜨거운 국물을 들이켰다. 외국인 손님들도 숟가락과 젓가락을 이용해 무더위 속 삼계탕을 즐겼다.
김모씨(52)는 "중복인데다 이 삼계탕집은 워낙 유명하다 보니 1시간가량 대기를 예상하고 남편과 함께 찾아왔다"며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복날 기분을 내며 몸보신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본격 더위가 시작되는 중복날 서울 시내 삼계탕 집들은 대목을 맞은 모습이다. 점심시간이 본격 시작 전인데도 이미 가게 문 밖에는 땡볕에 장시간 기다리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등을 타고 줄줄 흐르는 날씨 탓에 일부 손님들은 우산을 꺼내 쨍한 햇빛을 가리는가 하면 부채질로 땀을 식히며 순서를 기다리기도 했다.
여의도 A삼계탕집도 직장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 가게는 오전 11시도 채 되지 않았은 시각에 만석을 이뤘다. 입구에는 포장된 삼계탕이 20봉지 넘게 배달을 기다리고 있는 등 분주했다. 직장인 유모씨(53)는 "오늘 중복이라 특별히 팀 모두가 점심으로 삼계탕 먹기로 했다"며 "예약을 안 받는다고 해서 일부러 30분 일찍 나왔는데도 37팀 대기가 있어서 놀랬지만, 직원들 몸보신을 위해 기다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복인 25일 서울 여의도 한 삼계탕집에는 '삼계탕만 판매한다'는 안내문구가 놓여져 있다. /박주연 기자 |
여의도 B가게도 삼계탕만 판매하는 등 '중복 특수'를 누리고 있었다. 가게 문 앞에는 '7월에는 삼계탕만 판매하니 양해 부탁드린다'는 안내문구가 적혀있었다. 가게에는 찜닭과 닭볶음탕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삼계탕 외 메뉴 주문은 받지 않았다. 이 가게 사장은 "7~8월쯤 되면 삼계탕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 빠른 회전을 위해 단일주문으로 운영하는 중"이라며 "평상시에는 삼계탕을 하루 500~600그릇 준비하는데, 이달부터는 3배가량 늘린 1500그릇을 준비했다. 그런데도 점심시간이 끝나면 다 팔리고 없다"고 말했다.
최근 개식용 금지법과 동물 보호 정책 강화 등으로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삼계탕집으로 발길을 향하고 있다. 이모씨(61)는 "예전에는 복날이면 보신탕집을 찾아가 먹었는데, 최근 개식용 금지법 등이 생기면서 삼계탕집으로 가고 있다"며 "요즘 강아지를 키우는 직원들도 많다 보니 점심을 함께하는 직원들은 보신탕을 꺼리기도 해 여러 이유로 보신탕집 대신 삼계탕집으로 간다"고 말했다.
삼계탕 가게를 찾지 못한 손님들은 시원한 콩국수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여의도 한 콩국수 가게 앞에는 점심을 먹으려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박모씨(32)는 "중복을 맞아 삼계탕집을 가려고 했다가 시원한 음식이 생각나 콩국수집으로 왔다"며 "더위를 콩국수로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