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인기에 템플스테이 참가자 급증
"템플스테이·사찰음식 등 불교문화 본질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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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사업단이 역할이 큰 만큼 단장이 짊어져야 할 책임도 크다. 현 단장인 만당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같은 장성 백양사 문중으로 지종스님을 은사로 1992년 수계(사미계)했다. 총무원 기획실 기획국장,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 제15대·제16대 중앙종회의원, 제17대 중앙종회 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제18대 중앙종회의원이면서 영광 불갑사 주지를 맡고 있다.
최근 사업단 사무실에서 만난 만당스님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시작한 템플스테이 사업이 눈부신 성과를 냈다는 데 동의했다. 스님은 "템플스테이는 힐링·자아 탐구·특별한 경험을 동시에 주는 유일무이한 콘텐츠로 한국 사회에 불교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한중일 모두 불교 전통이 있지만 '템플스테이'하면 세계적으로 한국 불교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이해되고 있을 정도로 우리 문화를 알리는 선봉장"이라고 말했다.
템플스테이의 누적 참여자 수는 지난해 기준 676만명을 돌파했다. 무종교인이 절반이 넘고 물질주의가 팽배한 한국 사회의 특성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인기다. 특히 탈종교 경향이 강한 MZ세대에서 템플스테이의 인기는 주목할 만하다. 올 상반기 템플스테이 참가자 수는 29만 2000명으로 2002년 도입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한 수치이자 코로나19 팬데믹 마지막 해였던 2년 전보다는 60% 폭증했다. 2023년 템플스테이 참여자 수는 약 54만 6000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참가자 수는 전년도보다 늘 전망이다.
만당스님은 "'나는 절로' '국제불교박람회' '뉴진스님' 등이 많은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며 불교에 대한 젊은 청년들의 관심을 실감하고 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스님은 "최근 3년간 20·30세대의 템플스테이 참여 비율이 전체 참여자의 40~50%를 차지하고 있다. 그전까지만 해도 절하면 노년층이 가는 고리타분한 이미지였는데 품격 있는 문화공간이란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참가자도 늘어난 만큼 스님은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이 아닌 특화형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처음 열린 양양 낙산사 서핑 템플스테이나 구례 지리산 화엄사에서 하는 휴대폰 없는 생활을 해보는 '도파민 디톡스 템플스테이' 등도 이런 맥락에서 준비된 것들이다. 또한 저출산시대 가족의 가치가 조명받는 시점에 맞춰 해남 대흥사에서는 가족 단위로만 참여할 수 있는 가족형 템플스테이도 마련했다.
만당스님은 "어렵게 느껴지던 불교가 사회 대중들한테 많이 다가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한 게 바로 템플스테이이다. 템플스테이가 사찰 문턱을 낮췄다면 그다음 단계로 알릴 것이 사찰음식"이라고 했다.
불교문화사업단은 템플스테이 외에도 사찰음식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업단은 사찰음식 전문가를 △전문조리사 △장인 △명장 등급으로 분류하고 자격증을 수여하는 공인 기관이다. 특히 '사찰음식 장인'은 23일 첫 위촉식을 열고 1급 장인 6명, 2급 장인 13명 총 19명의 장인을 선정했다. 체계적인 전문가 양성 제도를 통해 질적 우수함을 유지하겠다는 게 사업단의 뜻이다.
만당스님은 "지속 가능한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영양적으로 균형잡힌 사찰음식은 템플스테이만큼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문화다.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사찰음식을 등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당스님은 사찰음식에 담긴 불교 정신을 설명하면서 "결국 본질은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또 "부처님의 가르침의 초점은 우리 마음을 바로 알고 깨닫고 그럼으로써 모든 괴로움·근심·걱정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총무원장 스님이 추진하는 선명상 또한 이러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 시대에 맞는 도구로 현대인에게 전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종단의 일꾼인 만당스님은 일복이 많은 스님에 속한다. 스님은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 2차 시험을 위해 찾은 불갑사와 인연으로 출가의 길을 걸었다. 은사인 지종스님이 전해준 사적기(사찰의 역사기록)를 받고서 불사(佛事)가 '숙명이구나'라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스님은 "스무 살 되던 해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면서 인생무상을 느꼈고 대학 때부터 불경 공부 모임을 해서 사시에 합격하더라도 출가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불갑사 불사를 마음 먹고 출가한 것을 보면 부처님 일을 하라는 뜻 같다"고 말했다.
만당스님은 지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웃으면서 "이 육신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마음이다. 총무원장 스님이 한 선명상 강의에서 알 수 있듯이 불편한 감정과 생각이 일면 잠시 멈춰서 분리해서 보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일하면 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업은 사실 잘 안 바뀐다. 업이 바뀌려면 완전한 참회가 이뤄지고 발심해야 한다. 열심히 정진해라. 중생이 살길은 그것뿐"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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