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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의 와이드엔터] ‘슈퍼배드 4’ 유료 시사회 논란...“영화계 상생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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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4. 07. 21. 10:07

제작과 극장은 서로를 탓하기에 앞서 문제 해결 위해 손 잡는 게 우선
영진위 토론회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의원(국민의힘)과 함께 '스크린 독과점 문제와 대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헸다./연합뉴스
영화 감독과 제작자 혹은 투자·배급 업계 관계자를 만나 "극장 업계 종사자들도 우리 영화계의 일원이므로 문제가 생기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얘기하면 "그 쪽은 우리와 다른 종족", 심하게는 "걔네들은 영화인이 아니다"라며 고개부터 내젓기 일쑤다.

그런데 미국과 달리 영화 산업내의 수직 계열화가 법적으로 허용된 우리나라에서는 CJ ENM과 CGV, 롯데엔터테인먼트와 롯데시네마의 관계로 알 수 있듯이 투자·배급과 극장이 대부분 '그룹 내 계열사' 관계로 엮여 있다. 또 몇 년 전부터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투자·배급사와 제작사가 '인 하우스' 개념으로 긴밀한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경우도 꽤 많은 편이다. 따라서 넓게 보면 제작과 투자·배급, 극장은 영화란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라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이렇듯 제3자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이들 모두 다 같은 영화인들인데도, 스크린 독과점 문제 등과 같은 예민한 문제와 관련해선 제작과 투자·배급 그리고 극장이 편을 갈라 서로 으르렁대곤 한다. 대개 제작은 극장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극장은 제작을 상대로 억울한 듯 항변하며 투자·배급은 사안 별로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모양새인데, 이 과정에서 어느 한 쪽이 '제 식구 봐주기' 식의 태도를 보일 때가 간혹 있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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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유니버설 픽쳐스
좋은 예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4'의 유료 시사회를 둘러싸고 지난주에 벌어진 논란이다. 이 영화의 배급을 맡은 유니버설 픽쳐스는 24일 개봉에 앞서 지난 20~21일 전국 400여개 극장 80만석 규모로 유료 시사회를 진행했는데, 이를 두고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영화수입배급사협회 등 영화인 단체들로 구성된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영화인연대)는 19일 성명을 내고 "변칙 개봉으로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라며 유니버설 픽쳐스와 복합상영관 3사를 상대로 개최 취소를 요구했다.
영화인연대의 이 같은 지적은 일견 타당했다. '인사이드 아웃 2'에 버금가는 흥행 화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슈퍼배드 4'가 유료 시사회란 명목으로 일찌감치 정한 개봉일을 별안간 앞당긴 행위는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위한 경쟁사들끼리의 암묵적인 약속를 위반한 꼼수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인사이드 아웃 2'의 독주가 끝나가고 '탈주' '탈출: 사일런스 프로젝트' 등 몇몇 한국 영화들이 근근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유료 시사회 없이 당초 일정대로 개봉했더라도 상영 첫 주 관객수 1위 등극은 너끈했을텐데, 욕심이 너무 과했다는 질타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렇다고 유료 시사회와 관련된 영화인연대의 문제 제기가 꼭 옳은가 하면 그건 아니다. 오래 전부터 한국 영화에는 관대하면서, 할리우드 영화에는 유독 엄격한 '내로남불' 식의 잣대 적용이 다소 아쉬웠다. 일례로 '범죄도시3'는 지난해 정식 개봉에 앞서 유료 시사회를 열어 48만여 관객을 동원했고, 훨씬 이전인 2016년에는 '부산행'도 같은 방식으로 56만여명을 개봉 전 불러모았는데 영화계가 공식적으로 이를 문제삼았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최근 들어 '범죄도시4'의 스크린 싹쓸이를 비판하는 등 자성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민감한 현안에 대한 영화계의 목소리에 지금보다 더 많은 힘이 실리려면 '내편 네편'를 따져가며 유불리를 가늠하는 듯한 모습은 앞으로 사라져야 한다. 극장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관람료 인상만이 살 길이다' '스크린 몰아주기는 볼 만한 영화가 많지 않아 비롯된다' '우린 모든 정산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말만 녹음기처럼 되풀이하지 말고, 영화계의 '진짜' 일원으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영화를 둘러싼 지형도 자체가 급변하고 있는 요즘, 싸움보다는 자신들을 먼저 돌아보고 상생부터 꾀하는 게 우선 아니겠나.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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