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주는 체코가 한국 원전 기술과 시공 능력을 신뢰해서 이뤄졌지만, 이면에는 첩보작전에 가까운 외교적 노력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만나 체코 원전 건설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 같은 기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비밀리에 체코로 날아가 한국 원전의 우수성과 시공 능력을 설명하고 수주 활동을 벌였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친서에서 한국이 단순히 원전만 건설하지 않고 '산업 패키지 지원' 전략을 제시했다. 노후화된 체코의 제조업을 지원해 체코 산업이 반도체, 전기차 등 신산업으로 재편하는 것을 지원하고, 한국 기업과의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협력 방안까지 제시했다고 중앙일보가 전했다. 또 체코의 마음을 산 것은 '온-타임 위딘-버짓'(On Time Within Budget·계약 예산 내 적기 시공)인데 이를 통해 공사비 인상이나 공사 지연에 대한 체코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었다.
요제프 시켈라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17일(한국시간) 엑스(옛 트위터)에 한국수력원자력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며 "오늘은 체코 에너지와 경제에 있어 역사적인 날"이라고 했다. 그는 가장 비용이 효율적이고, 프로젝트 구현을 신뢰할 수 있는 보장을 제공할 방안을 선택했다고 했는데 한국이 제시한 '온-타임 위딘-버짓'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4조원 초대형 계약을 하며 추가 비용과 공사 지연을 걱정했을 텐데 걱정을 덜어준 것은 탁월한 전략이었다.
윤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분류해 수출에 적극 나서는데, 체코 원전 수주는 대박 중의 대박이다. 체코 원전은 한국 원전의 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정부, 한수원과 관련 업체가 원팀이 되어 체코 정부가 기대했던 것보다 우수한 원전을 계약대로 차질 없이 건설하는 것이다. 한국의 원전이 체코를 감동시킨다면 주변국들은 말하지 않아도 한국을 찾을 것이다. 체코 원전 수주에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