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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CNN 스페인어판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비정부기구(NGO) '체케아도'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취임 7개월을 맞은 밀레이 대통령이 219일 동안 44일을 해외에서 보냈다"고 밝혔다. 5일마다 하루 꼴로 외유를 한 셈이다. 보고서는 대통령이 자리를 비워 부통령이 국가원수 권한대행을 수행한 기간을 기준으로 해외순방 일수를 계산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1월 15~19일 다보스포럼 참석을 위해 스위스를 찾은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1회에 걸쳐 17개 국가를 방문했다. 기업인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11~14일 미국을 방문한 게 가장 최근의 해외순방이었다. 현지 언론은 "밀레이 대통령이 아이다호주(州) 선 벨리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지만 자세한 정보가 없어 어떤 일정을 소화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정부는 "미국을 방문한 밀레이 대통령이 아나 보틴 산탄데르 은행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밝혔을 뿐 대통령의 구체적 일정에 대해 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렇듯 해외순방을 위해 자주 비행기에 오르면서 밀레이 대통령은 13만3823마일(21만4368km)을 비행했다. 지구를 다섯 바퀴 돈 셈이다.
문제는 성과와 돈이다.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자주 날아간 곳은 다섯 번 방문한 미국이었다. 하지만 밀레이 대통령은 정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정상회담을 한 적이 없다. 극우 성향을 보여 '남미판 트럼프'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밀레이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하자 당시 공화당 대권주자였던 도널드 트럼프는 밀레이 대통령에게 축하메시지를 보냈지만 두 사람의 만남도 지금까지 성사되지 않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6~7일 아르헨티나의 최대 우방이자 경제파트너인 브라질을 방문했다. 그러나 그는 브라질 캄보리우에서 열리는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만 참석하고 돌아왔다.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익명을 원한 아르헨티나의 전직 외교관은 "11회에 걸쳐 17개국을 방문한 밀레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한 건 겨우 6번뿐이었다"며 실익 없는 외교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나 브라질 등 주요국 정상과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고 있는 건 특히 우려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초기 해외순방 때 대통령전용기를 놔두고 민항기를 이용했다. 그는 첫 해외순방으로 스위스를 방문하면서 "전용기 대신 이동수단을 현명하게 선택해 약 39만2000달러(약 5억4100만원)의 국가재정을 아낄 수 있었다"고 자화자찬했었다.
그러나 그는 4월부터 안보를 이유로 대통령전용기를 탄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6회 순방까지는 국민에게 보고하듯 순방에 지출한 비용을 공개했지만 이후론 씀씀이를 공지하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은 "상당한 재정지출이 불가피한 해외순방은 국가재정을 아끼겠다며 전기톱 퍼포먼스까지 벌였던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며 잦은 해외순방에 사회 일각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