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파견 국정원 요원 요청 처리, 뇌물 수수 혐의
공소장, 뇌물 수수·고급 식사 장면 사진 공개
한국 싱크탱크·주미 한국대사관 '비용' '지원금'도 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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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쪽에 이르는 이 공소장에는 테리 연구원이 2008년 CIA를 떠난 5년 후인 2013년부터 10여년에 걸쳐 주뉴욕 유엔 한국대표부와 워싱턴 D.C. 한국대사관에 외교관 신분으로 파견돼 있는 한국 국가정보원(NIS) 요원들의 요청을 수용한 대가로 고가의 의류·핸드백, 고액의 연구비와 고급 식사를 제공받은 사실이 문자·사진 등과 함께 적시돼 있다.
테리 연구원이 국정원 요원들과 접촉한 동선을 사진을 찍거나 CCTV를 통해 확보했고, 통화·이메일, 그리고 실제 대화 내용을 파악한 것이다.
공소장은 주미 한국대사관이나 한국 싱크탱크가 테리 연구원의 싱크탱크 또는 그 프로그램에 제공한 '비용'도 직시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싱크탱크들이 한국 정부 또는 한국 기업의 지원으로 개최하는 각종 한반도 관련 행사나 프로그램에 이번 사건의 영향을 받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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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은 테리 연구원이 고가의 금품과 접대를 받고 한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면서 미국 법무부에 관련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을 위반했다고 직시했다. 이는 같은 날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은 밥 메넨데스 민주당 연방상원의원(뉴저지주)이 이집트 정부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면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와 같다.
공소장에 따르면 한국어에 능통한 테리 연구원이 2008년 CIA를 떠난 이유도 국정원 요원과의 접촉에 문제가 있었다고 2023년 6월 미국 연방수사국(FBI) 인터뷰에서 밝혔다.
테리 연구원은 국정원 간부의 요청으로 전·현직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 미국 의회 보좌관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한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매체에 기고했다고 공소장은 지적했다.
아울러 테리 연구원은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2022년 6월 국무부 청사에서 국무부 고위관리들과 함께 테리 연구원 등 5명의 한반도 전문가와 약 1시간 동안 진행한 회의에서 블링컨 장관이 한 발언을 기록해 회의 직후 국정원 요원이 사진을 찍게 했다고 공소장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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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활동과 그 대가로 보이는 선물을 제공받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보면 테리 연구원과 함께 국정원 요원의 모습과 함께 주미 한국대사관 번호판이 달린 차량도 나타난다. 국정원 요원이 정보를 수집하면서 주재국 실정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고, 치밀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테리 연구원은 2019년 11월 3일 국정원에서 파견된 한국대사관의 공사참사관(공참)으로부터 워싱턴 D.C. 인근 한 매장에서 2845달러(392만원) 상당의 돌체앤가바나 명품 코트를 받았지만, 이틀 뒤 매장을 다시 방문해 이 코트를 4100달러(566만원) 상당의 크리스챤 디올 코트로 바꿔 갔다. 차액은 테리 연구원이 지불했다.
돌체앤가바나 코트를 산 날 테리 연구원과 이 공참은 워싱턴 D.C.의 가게에서 2950달러(407만원) 상당의 보테가 베네타 명품 핸드백을 샀다. 이 장면을 담은 사진을 보면 공참이 매장에서 가방을 결제했고, 옆에 있던 테리 연구원이 가방을 메고 매장을 떠난다.
테리 연구원은 2020년 8월 미국 행정부 관리들과 비정부(NGO) 단체 대표들, 그리고 한국 정부 관리들이 참여한 화상 워크숍을 주선해 준 대가로 이 공참의 후임자로부터 3450달러(476만원) 상당의 핸드백을 받았다고 공소장은 밝혔다.
2020년 8월 12일께 테리 연구원은 공참 및 그의 후임자와 함께 뉴욕 맨해튼의 그리스 식당에서 공참이 계산한 저녁 식사를 했으며 나갈 때는 회색 선물 백이 손에 들려있었다.
테리 연구원은 2020년 11월 30일과 12월 1일께 미국 정부 북한 담당 관리들과 한국 정부 관리들, 싱크탱크 및 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비공개 회상 워크숍을 주최했고, 이 자리에는 이 공참과 후임자도 참석했다.
그 후임자는 2021년 4월 16일 워싱턴 D.C. 루이뷔통 매장에서 3450달러 상당의 핸드백을 테리 연구원에게 선물했고, 이 장면도 카메라에 잡혔다. 이들을 쇼핑을 마친 후 대사관 번호판이 달린 차량에 탑승해 스시 식당으로 이동, 저녁을 함께 하면서 테리와 한반도 담당 국무부 고위관리와의 관계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눴고, 이후 호텔 옥상의 바로 이동했다. 이후 후임 공참은 테리 연구원을 워싱턴 D.C. 내 거주지까지 배웅했다.
공소장은 테리 연구원이 후임 공참이 2021년 5월부터 2022년 5월 사이 최소 5번 식사를 함께 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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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소장, 한국 싱크탱크·주미 한국대사관 '비용' '지원금'도 명시
공소장은 2023년 4월 18일 '한미동맹 70주년: 그 과거와 미래'를 공동 주최한 비용으로 한국 싱크탱크가 테리 연구원의 싱크탱크에 2만5418달러(3500만원)를 제공했고, 국정원은 2023년 4월 한국대사관 명의로 테리 연구원의 싱크탱크 프로그램에 2만6035달러(3590만원)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NYT는 "테리 연구원의 업무가 더 위험해짐에 따라 보상도 더 커졌다고 검찰이 말했다"며 "2950달러짜리 보테가 베네타 가방으로 시작한 그에 대한 사례금은 1만1000달러, 2만5000달러로 불어났고, 이는 그가 일하던 싱크탱크의 선물 계좌로 지급됐으며 이 계좌는 그가 단독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고 검찰이 밝혔다"고 전했다.
테리 연구원과 그의 변호인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