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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 발표한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찬성 비율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풍겼던 '폐지 찬성'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결과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배경이다. 지금껏 금투세 논의가 경제적 기대 효과에 맞춰져 왔다면, 이제는 형평성 관점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금투세는 주식으로 5000만원 이상 수익을 내면 과세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금투세 도입과 폐지를 주제로 한 갑론을박이 유난히 치열한 올해, 여의도 증권가에선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지배적 아니 전부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부터 시작해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까지 마치 사전에 입이라도 맞춘 듯, 똑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주요 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웠던 금투세 폐지 이유는 국내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큰 자금을 운용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간다는 논리다. 안 그래도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으로 넘어가는 상황인데, 금투세까지 도입해 외국으로 밀어낼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올해 들어 금융당국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취지와도 대치된다는 주장이다. 지수 밸류업에 악영향을 준다는 똑같은 원리다. 그간 금투세 도입을 줄곧 주장해왔던 야당도 최근 '신중론'을 꺼내 들었다. 제도 도입이 국내 증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동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예론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여의도에선 어느 정도 합의의 길로 접어드는 분위기지만, 이곳 밖에선 여전히 불만이 커 보인다. 소득에 따라 세금 부담이 국민에게 공평하게 배분돼야 한다는 조세형평성에 어긋나는 것과 동시에 금투세 폐지에 따른 수혜 기대도 그리 탐탁지 않아 하는 모습이다. 절세를 통해 큰 손 투자자들을 국내 증시에 묶어둬야 지수가 밸류업되고, 1400만 개인 투자자들의 자산도 증식될 수 있다는 낙수효과 논리에 대한 불신이다.
대주주들의 세제 혜택이 전제돼야만 지수가 밸류업 된다는 메커니즘에 대한 지적도 있다. '부자감세'라는 케케묵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증시가 부양되고, 국민들이 부자가 되기 위해선 상위 1%들의 세금을 깎아줘야 한다는 주장들이 형평성 측면에서 맞는 얘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금투세 도입까지 약 5개월, 여전히 숙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지금 이 같은 지적들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다시 말해 여의도 증권가 내 퍼져있는 목소리들만 공론 형성에 반영하는 게 아니라, 이 지역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투자자들의 불만들도 똑같은 책상 위에서 의논돼야 한다는 얘기다.
조세는 가장 공평하게 접근해야 하는 분야다. 모든 국민에게 공정하고 평등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경제적 기대 효과에만 치중되는 걸 경계하고, 평등의 관점에서도 금투세 도입과 폐지를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