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메시 위해 하프타임 30분으로 늘려" 음모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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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뉴스전문채널 테에네 등 현지 언론은 "코파 아메리카가 열린 기간 내내 그라운드의 상태부터 대회운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면서 "역사상 가장 경쟁력 있는 코파 아메리카가 될 것이라는 남미축구연맹의 말은 결국 거짓말이 됐다"며 비슷한 일이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오넬 스칼로리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감독은 아르헨티나가 캐나다와 조별예선 첫 경기를 치른 뒤 기자들과 만나 "그라운드에서 공이 구르지 않는다. 잔디가 최악의 상태"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취재해보니 바로 전주에 잔디를 깔았다고 한다"며 "그라운드의 상태에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건 비단 아르헨티나뿐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관중배치와 입장 관리 등 대회운영에도 아쉬운 점이 많았다. 지난 14일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의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은 예정된 시간보다 80여분 늦게 시작됐다. 입장권 없이 들어가려는 관객들이 밀려들자 남미축구연맹 등 주최 측이 스타디움 게이트를 걸어 잠근 것이다.
당시 중남미 언론이 생중계한 현장 영상을 보면 입장권이 없는 팬들은 환풍구로 입장을 시도하는 등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발걸음을 돌리지 않았다. 인파가 몰리면서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해 일부 팬이 기절하는 등 이날 경기장에선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남미축구연맹은 이번 대회 개막에 앞서 100만장 이상의 입장권이 판매됐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마다 치열한 입장 경쟁이 예상됐지만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지난 10일 콜롬비아와 우루과이가 격돌한 준결승에선 양국 팬들 사이에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 우루과이 선수들까지 가세하면서 주요 외신에 크게 보도된 문제의 사태는 뒤섞여 앉아 있던 콜롬비아 팬과 우루과이 팬 사이에 시비가 붙은 게 도화선이 됐다.
테에네 등 중남미 언론은 "축구는 타종목과 달리 열렬 극성팬이 많아 응원하는 팀 또는 국가별로 팬들을 분리해 따로 앉게 하는 게 축구장의 상식이자 관행이지만 주최 측이 이를 무시했다"며 난투극은 인재였다고 꼬집었다.
매끄럽지 못한 대회 진행에 대한 비판이 쇄도하자 콜롬비아에선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이번 대회에서 남미축구연맹의 유일한 관심은 아르헨티나에 우승컵을 안겨주는 것뿐이었다는 취지의 글이 속속 오르고 있다.
주로 콜롬비아 팬들이 올리고 있는 글을 보면 콜롬비아는 브라질, 우루과이 등 전통적 축구 강호들을 꺾고 결승에 올랐지만 아르헨티나가 맞붙은 상대는 페루, 칠레, 캐나다, 에콰도르 등 하나같이 약체였다는 것이 핵심이다. 남미축구연맹이 아르헨티나에 유리하게 대진표를 짰다는 강한 암시다.
결승전 하프타임은 약 30분이었다. 남미축구연맹은 콜롬비아의 유명 팝스타 샤키라의 공연을 위해 하프타임을 길게 잡은 것이라고 했지만 콜롬비아에선 이 또한 아르헨티나를 위한 배려였다는 말이 나왔다. 37세 노장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에게 충분한 휴식시간을 주기 위해 남미축구연맹이 규정까지 바꿔가며 하프타임을 늘렸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대회운영이 워낙 깔끔하지 못하다 보니 근거 없는 음모론까지 나오는 등 대회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며 이는 남미축구연맹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