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한·미 동맹 2.0으로 격상"
"잠재 핵능력 높이기 위한 대화 지속"
|
윤석열 대통령의 숨가빴던 미국 순방 일정이 끝났다. 취임 후 외교안보 일정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던 윤 대통령은 역사상 유례 없던 미국과의 '핵작전' 공유를 이끌어냈다. 말로만 담보됐던 미국의 핵우산 약속이 문서로 확약됐다는 평가다. '워싱턴이 불바다가 되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서울을 지켜줄 것인가'라는 핵우산에 대한 의구심을 일정 부분 떨쳐내게 됐다는 데에도 의의가 있다. 이런 외교안보 성과를 토대로 20% 중반대에 머물고 있는 국정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 자격으로 서방 안보블록체제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3년 연속 초대 받았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의 한국의 안보 위상이 재확인된 셈이다. 일본·호주 등과 함께 미국의 동아시아 린치핀으로 꼽히는 한국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동맹 중시 기조와 맞물려 한·미 방위체제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윤 대통령은 의례적인 '인도·태평양 사령부' 방문을 넘어 미국과의 핵자산을 실질 공유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는 데에도 적지 않은 의의가 있다. 북한이 사실상 핵 고도화에 성공한 상황에서 러시아와 밀착하며 군사동맹 수준으로 재격상하자 한국 내에선 '독자핵무장'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 여권 핵심 당권 주자들도 과거엔 밀실에서 조심스레 논의됐던 핵무장 시나리오가 국회 차원에서 공론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워싱턴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한다면 한국의 핵무장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평가 속 동맹 관리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의 '핵폭주'가 이어지면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면 트럼프 당선 전에 확실한 핵우산 조치로 이러한 우려를 틀어쥐겠다는 심산이다. 워싱턴가에선 트럼프 대세론에 편승해 한국·일본 등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의 자체 핵능력 강화를 사실상 묵인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통 큰 '핵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적인 원자력 기술을 지닌 한국이 재처리 시설 등을 포함한 핵 연료만 확보한다면 핵무장은 시간 문제일 것이란 판단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생각이다. 찢어진 핵우산에 대한 우려를 조기에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로 읽히는 대목이다.
|
한국 입장에서도 독자핵무장이라는 부담스런 카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미국과의 '핵자산' 운용과 '핵작전' 공유를 통한 내실을 다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반도 정세가 격랑에 빠질 때에만 전개됐던 미국의 핵잠수함·전략 핵폭격기 등 전략 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 배치하겠다고 미국은 약속했다. 또 유사시 미국의 핵 전력을 운용할 수 있는 작전을 미국과 의논한다는 내용도 문서화됐다. 말로는 믿을 수 없다던 미국의 핵우산이 글자로 확약된 것이다.
이처럼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성과가 가시화하면서 지지율 상승에도 분명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비역 준장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한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함께 해서 신뢰성과 실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며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한·미 동맹 1.0이라고 한다면 이번 성과로 2.0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재래식 동맹이 핵 동맹으로 발전됐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런 한·미간 제도적 틀을 발전시키고 세분화해 합의 이행이 잘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비핵화 정책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지만, 여차하면 잠재 핵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미국과 꾸준히 대화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한·미 미사일지침이 그 예로 300km 사거리에 500kg 탄두 중량을 무제한으로 풀었던 것처럼 합의 수준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센터장은 윤석열정부의 이 같은 외교안보 성과가 국정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지려면 정치권의 초당적이고도 객관적인 평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치는 정파성이 짙어서 정부의 성과도 부정적인 언급으로 상쇄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안보 문제와 관련해선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